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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G20 가입·월드컵 개최… '아프리카의 맹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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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G20 가입·월드컵 개최… '아프리카의 맹주'로 우뚝

입력
2010.06.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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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16년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올해 신년 연설에서 2010년을 "1994년 이래 남아공의 가장 중요한 해"라고 규정했다. 이를 증명하듯 2010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앞둔 현지에는 16년 간의 성취를 뽐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0개의 최신 월드컵 경기장 등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가 들어섰고, 첨단 고속철도와 세계적 수준의 호텔 및 식당들도 속속 갖춰졌다.

남아공이 과거 16년 간 걸어온 길이 마치 월드컵 개막을 위한 것이라는 착각이 들 만도 하다. 1994년 흑인이 참여하는 최초의 민주선거에서 넬슨 만델라 후보가 승리, 흑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아공은 정치,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며 명실상부한 아프리카의 맹주로 일어섰다. 아프리카 국가 중 유일하게 G20(주요 20개국)에 포함된 남아공의 위상이 이를 입증한다.

남아공의 성취를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다. 남아공의 과거 극단적인 인종 차별정책과 제도를 뜻하는 이 말은 남아공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남아공은 1990년대 들어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 세계의 알리는 계기가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데에 남아공은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특히 돋보였던 건 만델라 대통령 집권 후 이뤄진 과거사 청산 과정이었다. 만델라는 1996년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했고 과거 정부에서 자행한 인권침해 범죄를 낱낱이 조사했다. 그러나 남아공은 탄압과 처벌 대신 진상규명과 가해자 사면, 피해자 보상을 통한 평화적 청산과 화해 추구라는 선례를 만들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매한 청산이라는 비판도 따랐지만 효과는 있었다. 증오와 보복 대신 평화와 화합의 길을 택한 덕에 나라가 두 동강이 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들이 아직도 불안한 정정 탓에 국가 도약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에 비해 남아공은 독보적 발전을 이뤘다. 남아공 경제는 지난해 4분기 3.2%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 3분기 0.9%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빠른 속도로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는 물론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도드라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공이 남아공의 앞길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남아공의 치부가 드러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치안 불안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나마 괜찮다는 남아공의 치안상태는 이번에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을 비롯한 각국 취재진과 관광객들이 도심 곳곳에서 강도와 절도 피해를 입고 있다.

이는 남아공 경제 성장의 이면에 자리한 높은 실업률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4분기 남아공의 공식 실업률은 23.6%. 그러나 구직 활동을 포기한 실질적 실업까지 합치면 거의 40%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특히 백인에 비해 매우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흑인들은 상당수가 제대로 된 삶의 질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화려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1인당 GDP는 약 1만 달러로 중간 수준의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며 사회계층 간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흑인 우대정책, 백인 역차별 넘어 흑-흑 충돌 비화

1994년 넬슨 만델라 아프리카민족회의(ANC)지도자의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 불렸던 인종 차별 정책이 남아공에서 공식 사라진 지 16년이 흘렀다. 하지만 남아공의 해묵은 인종 갈등 문제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흑인 정권인 ANC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위축됐던 흑인사회의 경제활동을 되살리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흑인경제육성정책(BEEㆍBlack Economic Empowerment)'이 인종 역차별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NC 정부는 흑인사회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차원에서 국가 공무원 선출 시 흑인에 가산점을 주고, 흑인 자본가의 투자활동을 돕는 등 다양한 BEE 정책을 구사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실력이 뛰어난데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백인 젊은이들을 양산해냈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흑인 젊은이들에 심어주는 부작용을 낳았다. 급기야 남아공 사회는 수많은 우수 백인 인력을 해외로 빼앗기고, 실업률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보다 훨씬 높은 30% 수준까지 치솟는 상황을 맞게 됐다. BEE로 흑인과 백인 사회는 다시 갈라섰고, 심지어 흑인들 간에도 흑인 정권의 과실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치솟으면서 인종, 계층간 갈등은 날로 심화했다.

지난 4월 백인 극우조직 지도자 중 한 명이 자신의 농장 흑인 근로자들과 임금 체불 시비 끝에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인종간 혐오감정을 선동하거나 자극하지 마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해 9월엔 남아공 출신 백인 청년이 흑인들로부터 상습적 폭행을 견디다 못해 캐나다에 난민지위를 신청하기도 했다.

BEE로 인한 '흑_흑 갈등'도 '흑_백 갈등'에 못지않은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BEE에 이끌린 주변국 흑인들의 불법이민이 크게 늘고, 이로 인해 남아공 흑인 사회의 '파이'가 줄어들어 흑인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남아공으로 쏟아져 들어온 900만 명의 난민들이 남아공 내 흑인들과 직업, 재화 등을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흑인 간 갈등이 심화됐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BEE의 혜택이 흑인 중에서도 일부 자본가들에만 집중돼 상대적으로 소외된 흑인 빈곤층의 불만도 커졌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 월드컵 빛과 그림자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장을 이룬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사회갈등 요소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입장권은 지금까지 97%가 팔렸다. 애초 온라인 판매만 시행했을 때는 역대 최악으로 판매가 저조했으나, 현지 창구 판매를 시작한 후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남아공 흑인들이 창구판매가 개시되자 몰려들어 1994년 첫 자유선거 때만큼이나 긴 줄을 섰다고 한다. 흑인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축구를 통해 남아공은 바야흐로 축제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흑백갈등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룬 남아공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긍심을 키우고 진정한 사회통합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준비 상황을 지켜보면 '남아공 월드컵'이 남아공 사람들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입장권을 온라인으로만 팔아 항의가 폭주하자, FIFA는 그때에야 현장 판매를 시작해 원성을 들었다. 또 남아공 공식 마스코트 '자쿠미'는 중국에서 제조한 것이고, 공식 주제가 '와카와카'는 콜롬비아 출신 팝가수 샤키라가 부른다. 현지인들은 개최지인 남아공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FIFA의 압력으로 월드컵 개최에 따른 경제효과도 많이 챙길 수 없는 상황이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경제 효과가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남아공 국세청이 FIFA로부터 압력을 받아 FIFA 위탁업체와 제휴사 수출ㆍ입품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하면서 엄청난 세금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주변 아프리카 국가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남아공으로 밀려들면서 '외국인 혐오 공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2008년 "외국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며 폭동사태가 발생, 67명의 이주민이 사망한 적이 있다. 요하네스버그 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짐바브웨 출신의 피니우스 마위라씨는 "월드컵이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 인근 캐틀혹에서 사는 남아공인 카벨로 굼베드씨는 "매일 아침 일거리를 찾아 요하네스버그로 가지만 외국인들 때문에 일거리를 찾을 수가 없다"며 "폭력을 써서라도 그들을 쫓아낼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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