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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 주민 제작프로 '출동! 마포 리포터'/ 취재·촬영·진행…"구민들이 직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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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 주민 제작프로 '출동! 마포 리포터'/ 취재·촬영·진행…"구민들이 직접 합니다"

입력
2010.06.0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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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슛 들어갑니다. 5, 4, 3, 2, 1 큐!"

조기범(32)PD의 사인이 떨어지자 서울 마포구청 12층 스튜디오 안은 일순 정적이 흐른다. 'On air'(방송 중) 불이 들어오고 곧 이어지는 낭랑한 목소리. "마포구 곳곳의 숨은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 안녕하세요. '출동! 마포리포터'의 전흥진입니다. 자 오늘도 힘차게 출발해 보겠습니다."

겉으로 봐서는 여느 방송국 스튜디오의 녹화 풍경과 다름 없다. PD가 있고 프로그램 진행자와 리포터들이 출연해 뉴스를 진행한다. 헌데 어딘가 좀 어색하고 낯설다. 궁금증은 녹화가 끝난 뒤 출연진들을 만나고 나서야 풀렸다.

나도 방송 주인공!

7일 마포 i-tv방송국(http://mbs.mapo.go.kr) 스튜디오에서 '출동! 마포리포터'프로그램을 진행한 전흥진(50ㆍ여)ㆍ이성진(73)ㆍ허신영(51ㆍ여)씨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2004년 8월 개국한 마포 방송국이 올 초부터 방송제작에 지역 주민을 참여시키면서 '객원 기자'로 뛰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다. 영상홍보물 제작업체 사장인 이씨가 방송 쪽과 연관된 직업을 갖고 있을 뿐 스피치연구소를 운영하는 허씨나 프리랜서인 전씨는 이 방면에 거의 문외한이다.

매월 1회 제작되는 '출동! 마포리포터'연출과 구성은 마포 i-tv 제작팀이 맡지만 소재발굴부터 취재, 촬영 등은 이들이 직접 한다.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마포 올레길' '서부교육청의 스승 찾기' '망원2동의 명물, 해오름 예술단' '활력 넘치는 마포농수산물시장' '소통과 공감, 행복한 다문화' '밤섬 부군당제'등 관내 곳곳의 소식 총 6편이 이들의 손을 거쳐 방송을 탔다.

'전문가도 아닌데 얼마나 잘 하겠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씨는 "구청에서 진행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교육강좌도 듣고 영상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프리미어ㆍ피나클(영상 편집 프로그램 이름)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고 말했다. 허씨도 "마포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에서 편집과 촬영 기술을 따로 배웠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한 편(20분 분량)의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매월 첫째 주 목요일을 포함, 세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진행을 맡은 전씨는 "다들 생업이 있다 보니 자주 모일 수는 없지만 회의 때만큼은 전문 방송인 못지 않게 진지하고 치열하다"고 말했다.

다른 세상을 만나다

구청에서 기본 장비를 지원해 주긴 하지만 충분한 편이 아니라 이들은 6mm카메라 등 자신들의 장비를 들고 '얘깃거리'가 있는 동네 곳곳을 누빈다. 넉넉한 활동비가 지급되는 것도 아니다. 제작한 영상물이 채택되면 건당 5만원 가량을 받는다. "주위 얘기를 직접 듣고 전해 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는 허씨는 "올 3월 홀트아동복지회관을 찾았을 때 위탁모에 안긴 아기들이 하나같이 굳어있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지만 생모가 아니란 것을 몸으로 느낀다는 게 어찌나 안타깝던지…."

'웃지 않는 아이들'이란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아쉽게도 채택되진 않았다. 허씨에겐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지난달 스승의 날 기획으로 만든 '스승 찾기'프로그램을 통해 40여 년 만에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도 찾았다.

일상의 변화는 없을까. '다닐 때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답을 은근 기대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씨는 "어딜 가든 무얼 보든 호기심이 자꾸 발동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허씨는 국민대 언론정보학과에 다니는 딸(23)과의 소통이 부쩍 늘었다. "전문 지식이나 기술은 딸에게 배우지만 현상을 이해하는 시야는 아무래도 내가 나아 이런 저런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씨는 "35년간 영상홍보물을 제작한 기술도 살릴 수 있고 삶의 활력소도 된다"며 " '행복한 가정의 하루'같은 다큐멘터리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고민하지 마시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여해 보세요. 다른 세상이 열릴 겁니다."

이들이 전하는 생생한 뉴스는 월드컵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9개의 TV 화면을 포함해 관내 102곳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이웃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직접 참여하면 구민들이 지역방송에 더 큰 애정과 관심을 가질 것이란 기대로 시작했는데 구민들의 호응이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구는 다음달께 객원기자를 추가 모집할 예정으로 거주지나 직장이 관내에 있으면 된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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