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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박수칠 때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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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박수칠 때 떠나라

입력
2010.06.0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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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 '1박2일'을 즐겨 본다. 강호동씨가 쥐락펴락하는 1박2일 앞에서 배를 잡고 껄껄거리며 웃으며 본다. 방바닥을 손으로 치며 포복절도하는 내 모습을 누가 본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온몸으로 재미있게 본다. 나는 1박2일의 무대가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갈 수 있는 여행지여서 좋다.

전국을 무대로 몸을 아끼지 않는 출연자의 땀 냄새 물씬 나는 열연과 건강한 웃음이 있어 좋다. 지난 일요일 저녁, 경주로 추억의 수학여행을 떠난 1박2일을 보는데 돌연 김C가 '도중하차'를 선언했다. 즉흥적이 아니라 이미 지난 연말부터 사퇴의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김C가 밝힌 이유는 5명이 함께하는 음악에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떠난다는 것이었다. 김C가 '뜨거운 감자'라는 밴드의 뮤지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김C의 '용기'가 부러웠다. 연예인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고정' 자리를 박차고 떠난다는 것은 분명 용기다.

나는 김C에게 박수를 보내며 우리 정치에는 왜 김C와 같은 용기를 가진 정치인이 없을까, 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정치'라는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왜 끝까지 목을 매는지. 박수칠 때,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정치인은 왜 없는지. 한국 정치가 박수를 받으며 제 자리로 미련 없이 돌아가는 김C에게 한 수 배웠으면 한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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