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7일 지방선거 이후의 국정 쇄신 방안에 대해 "청와대는 여러 목소리들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후 들불처럼 번지는 한나라당 내부의 당정청 쇄신 요구, 민주당 주장 등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정확히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쇄신 요구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날 이례적으로 대변인 공식 브리핑을 생략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예정됐던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취소했다. 2주마다 1번씩 하는 이 연설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지방선거 패배 직후 시작된 이 대통령의 장고가 깊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 현안들을 꼼꼼히 보고받은 뒤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 참모들이 정국 해법 의견을 비교적 활발하게 개진했지만 이 대통령은 주로 듣기만 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의 고민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듯하다"고 전했다. 정국수습책이 결국 집권 후반기 구상과 맞닿아 있는 상황이어서 깊은 수읽기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이는 한나라당 소장파 요구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가타부타식 반응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7∙28 재보선까지 여권의 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시간을 끌며 완급을 조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강한 견제 바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8곳에서 진행될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청와대에게는 지금이 아닌 7월 말이 '바닥'일 수 있다. 당장 내놓는 설익은 해법은 긁어 부스럼이 되기 십상이다. 청와대가 6일 재보선 이전 인적 개편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수읽기에 들어간 이 대통령은 일단 친서민 실용 행보에 나설 것이다. 좌표를 설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행보가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구상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경우 대폭적인 당정청 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읽기 시간이 길었던 만큼 8월에는 국정운영 시스템을 혁신할 정도의 대수술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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