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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진위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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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진위 어디로 가나

입력
2010.06.0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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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가 따로 없다." 충무로의 간판 제작자 중 한 사람인 영화사 대표 A씨는 기자가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를 입에 올리자마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최근 영진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불공정 심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더니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자 공모에서도 마찰음을 냈다.

말썽의 정점은 조희문 위원장이 지난달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위원회에 가한 압력. 그는 멀리 칸 영화제에 출장 가서까지 특정 영화를 지원작으로 선정하라며 한국에 있는 심사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영화계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은 지난달 27일 이례적으로 "조 위원장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판단되며, 스스로 책임져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문화부로서는 영화계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사실상 조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발언이었다. 영화계는 혼란을 우려하면서도 조 위원장의 퇴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신 차관의 발언 이후에도 조 위원장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반응이 없다. 영진위 직원들은 "(사퇴는) 유야무야된 것 아니냐"며 "그저 업무에 전념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급기야 지난 6일에는 "정부가 영진위 자체의 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문화부도 할 말 없다. 문화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조 위원장을 해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조 위원장이 알아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흘 전 칼을 빼들었던 호기는 간데없고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영진위의 파행만 부추긴 꼴이다.

영화 제작 지원이 주무인 영진위는 그간 숱하게 말썽도 많았지만 어쨌든 한국 영화계에서는 큰몫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런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왜 폐지론까지 나오겠는가. 조 위원장과 문화부는 우리 영화계를 위해 서둘러 선택을 해야 한다.

라제기 문화부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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