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뒤 수그러들었던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근거없는 좌초설과 미 군함 충돌설 따위를 떠들던 자칭 전문가들은 북한의 어뢰공격 증거가 제시되면서 기세가 꺾였다. 그러나 최근 미 해군 특수부대 소행설 등 새로운 버전이 나라 밖에서 잇따라 나오면서, 국내 언론이 분별없이 옮기고 있다. 잡다한 진보 매체는 덥석 반기듯 부풀린다. 지방선거로 분위기가 바뀐 것에 도취한 모습이다. 지각 있는 언론이라면 음모설의 근거와 배경을 잘 살펴야 한다.
먼저 연합뉴스가 전한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의 음모론을 보자. 카스트로는 4일 공산당 기관지에 실린 글에서 천안함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존속을 위해 미국이 한반도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3일 북한의 해외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하는'김명철'이 홍콩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음모론과 거의 꼭 같다.
그는 미국의 인터넷사이트에 실린 글을 인용, 천안함은 네이비 실 잠수요원이 몰래 부착한 시한기뢰 폭발로 침몰했다고 주장했다. 동기는 역시 오키나와 기지 등 한반도 주변 안보와 관련해 한중일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의 비밀공작을 소상히 알고 있어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중국의 공식 입장을 멋대로 왜곡한 것은 4일 홍콩 위성TV가 "러시아는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한 것과 닮았다.
일련의 음모론은 북한이 영향력이 미치는 나라를 통해 퍼뜨린 것으로 짐작한다. 83세로 일선에서 물러난 카스트로가 직접 음모론을 썼을 리 없다. 미국 쪽 음모론은 전직 일본 언론인이 썼다. 김명철은 일본이 근거지다. 러시아 쪽 음모론은"사망자에 장교는 없다"는 등 낡고 조잡하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의 안보리 회부 등에 맞서 대외 선전전에 나선 듯하다. 음모론을 무작정 옮기고 과장하는 행태는'부화뇌동한다'는 수구적 비난을 받아도 억울할 게 없다.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북한을 비호하는 것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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