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주재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무회의에서) 밤에 멱살잡이까지 갈 뻔한 적도 있었다"고 뒷얘기를 털어 놓았다. 그만큼 코뮈니케(공동성명)에 서로 유리한 문구를 반영하려는 G20 회원국간 막후 협상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윤 장관은 7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사안 별로 국가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렸다"며 "에너지 보조금 문제의 경우 중국은 거부한 반면 선진국이나 신흥개도국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많았고, 은행세 문제도 선진국끼리 충돌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공동성명 문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각국 실무진끼리 몇 차례 물리적인 충돌까지 벌어지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신경전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각국의 이해를 모두 반영하다 보니, 성명에 방대한 내용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번 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회의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끝났고 성과도 많이 거뒀다"며 "참석한 외국 장관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특히 한국이 선제적으로 제안한 국제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해 회원국의 폭넓은 동의를 끌어낸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국제 금융안전망은 신흥국에 외환위기 위험이 있을 때 선진국들이 미리 달러를 빌려주는 것. 그는 "선진국들은 분담을 꺼렸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걱정했지만, 우리가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이 모럴 해저드를 말할 자격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승복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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