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아이핀(I-PIN, 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 대량 부정발급 사태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게임사이트의 경우 주민번호 1개로 계정 3개를 만들 수 있지만 국내 발급기관 5곳에서 아이핀을 만들면 각 3개씩 총 15개 계정을 만들 수 있어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아이핀 1만3,000여개를 부정 발급받아 판매한 혐의로 장모(3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3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이들에게 사들인 계정으로 인터넷 게시판 등에 광고를 한 이모(2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해 초부터 인터넷상에 떠도는 주민번호를 도용해 만든 무기명 기프트카드나 휴대폰 대리인증제를 이용해 타인 명의의 아이핀을 대량으로 발급받은 뒤 게임사이트나 포털사이트 계정을 만들어 중국의 게임아이템 판매 조직이나 국내 광고업자 등에게 3,500만원을 받고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실명확인 수단인 아이핀 발급은 서울신용평가정보 등 발급기관 사이트에서 신용카드나 공인인증서, 휴대폰 정보를 추가 입력하는 본인인증을 거쳐 이루어지는 데 이들은 기프트카드를 이용하거나 휴대폰 대리인증을 받는 것으로도 발급기관의 신원확인절차를 통과할 수 있는 허점을 노렸다.
경찰 관계자는 "허술한 본인인증 절차를 이용해 타인 명의의 아이핀을 발급받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관계 기관과 협조해 향후 대포통장, 대포폰처럼 악용되지 않도록 아이핀 발급 시 명의 대여 방지를 위한 법령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기프트카드는 신용카드와 동일한 발급절차를 거치지 않는 단순 무기명 카드인데도 본인인증 수단으로 이용됐다"면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기프트카드를 실명확인 수단에서 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핀은 주민번호 도용을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돼 4월말 현재 이용자는 206만여명, 이용 사이트는 4,500여개에 달한다. 정부는 2015년 인터넷 상 주민번호를 아이핀으로 완전 대체할 계획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