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공원 주변으로 단독 주택과 아파트 단지, 초ㆍ중ㆍ고교가 들어서 있는 일반적인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다. 그 옆의 고급 아파트단지 내에는 고층 빌딩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대형유리가 벽면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면 상업빌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옆에는 20층 높이의 고층 빌딩이 있었다. 이 건물에는 ‘아파트형 공장 분양’, ‘서울숲의 쾌적한 환경과 편리한 교통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올해 들어 이 인근에는 아파트형 공장만 5개가 들어섰다. 주민인 김태훈(39)씨는 “아무리 첨단산업이라지만 주거단지에 대규모 공장 건물이 들어와서야 되겠느냐”며 “학교 인근이라 아이들의 안전 우려도 있고 교통체증까지 예상되는 등 주거환경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파트형 공장이 서울 도심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 구로ㆍ금천구 등 속칭 공장지대에 지어졌던 아파트형 공장이 최근에는 서울 각 지역의 주택가까지 급속히 파고 들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는 131개의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 있다. 주로 금천ㆍ구로구에 밀집돼 있지만 최근에는 성동ㆍ강서ㆍ영등포ㆍ노원ㆍ마포ㆍ강북ㆍ양천ㆍ관악ㆍ송파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올해에만 64개의 아파트형 공장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형 공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불과 10여년 전. 당시 정부는 서울지역의 부족한 공장용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구로와 금천 일대에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조성, 관련 업체 이주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입주 업체에는 취득ㆍ등록세 면제, 재산ㆍ종합토지세 5년간 50% 면제 등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장기저리 대출 등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인근의 부지가 포화 상태에 도달, 다른 지역으로 아파트형 공장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는 등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하자 주택ㆍ건설 시행사들이 분양이 잘 되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아파트형 공장이 자연녹지, 일반ㆍ근린 상업지역, 3종 일반주거지역까지 건립이 가능하다는 점도 확산에 일조했다.
이같은 무분별한 아파트형 공장 난립은 곧바로 부작용을 잉태했다. 우선 산업단지처럼 동종업체가 모여있지 않다 보니 아파트형 공장 본래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건설업체가 땅값이 비싼 주택가에 짓다 보니 분양가를 높여 입주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07년 이후 성남과 부천, 인천, 안양 등 아파트형 공장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실수요자들이 옮겨가고 있다. 성남의 한 아파트형 공장 입주자는 “투자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서울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파트형 공장이 도심의 흉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90년대 초반 지어진 아파트형 공장은 외관이 일반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다. 또 아파트형 공장은 대부분 한 개 동인데 입주자는 많아 건물이 노후 되면 해결 방법이 없다.
시 관계자는 “아파트형 공장은 대부분 적은 면적을 쪼개서 분양을 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려고 해도 조합원들끼리 지분 나누기가 어렵다. 향후 10년 뒤에는 분양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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