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지대에 재학중인 김황열(26ㆍ행정학 4년) 군은 요즘 아침 시간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예전 같으면 학교 도서관 자리를 맡고, 그룹 스터디룸을 예약하느라 등굣길을 서둘러야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집에서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도서관 자리는 물론, 공부방 예약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동아리 공지사항도 휴대폰 메시지로 작성, 학교 네트워크 시스템에 보내면 도서관 디지털 메인보드에 친절하게 게시되면서 과거 직접 손으로 종이에 써서 전달해야 했던 번거로움도 덜었다. 그는 “대학도서관이 똑똑해진 덕분에 이용이 편리해졌을 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일주일에 4~5번 정도는 도서관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캠퍼스 도서관이 진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만나 이른바 디지털 시대의 미래형 ‘유비쿼터스 도서관’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것. 덕분에 캠퍼스 도서관이 과거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최첨단 기술을 가미한 멀티미디어 테마파크로 새롭게 자리잡고 나섰다.
올해 3월 삼성SDS의 도움을 받아 개관한 명지대 서울 인문캠퍼스의 방목학술정보관은 유비쿼터스 도서관의 대표 모델. 이 도서관 벽면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무선주파수인식(RFID) 학생증을 갖다 댈 경우, 좌석 배정과 도서 대출 및 게시판 등 편의 기능을 즉석에서 이용할 수 있는 ‘나만의 스크린’으로 바뀐다. 또한 각종 오프라인 신문을 PDF 파일 형태로 제공, 손가락을 이용해 직접 넘겨볼 수 있는 첨단 디지털 보드 코너도 마련됐다. 유명 화가의 그림이나 조각 등 예술 작품을 대형 디스플레이로 감상할 수 있는 별도의 문화전시 공간도 꾸몄다.
총 1만112평(지하 3층ㆍ지상 6층) 규모로 설계된 연세대 서울캠퍼스 학술정보관(2008년 5월 설립)도 ‘스마트 도서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300여대의 컴퓨터(PC)와 멀티미디어 시설 등 최첨단 인프라 시설을 갖춘 이 곳은 중국과 대만, 태국 등 해외에서 현재까지 약 5만여명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방문할 만큼 도서관계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이 곳의 디지털 메모보드에선 학사일정이나 자신에게 남겨진 메시지 확인이 가능하고 전자신문 코너에선 각종 신문도 열람할 수 있다. 이대형 연세대 학술정보원 차장은 “요즘 대학 도서관의 수준이 해당 대학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며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오픈한 이후, 학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도 원격화상 회의 및 RFID 시스템이 갖춰진 디지털 도서관 문을 열었으며 현재 10여개의 국내 대학에서 스마트 도서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최근 들어선 전국 주요 도시의 시립 도서관 등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도서 검색 및 대출 예약이 가능한 디지털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태다.
캠퍼스 학술정보관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고수영 삼성SDS 프로젝트 매니저는 “기존의 대학 도서관에 IT기술이 접목되면서 ‘유비쿼터스 체험관’으로 변하고 있다”며 “디지털 도서관은 앞으로도 캠퍼스내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각광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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