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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럽 발레 안무의 거장 롤랑 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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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럽 발레 안무의 거장 롤랑 프티

입력
2010.06.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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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나이를 바라보는 전설적인 안무가는 건강하고 유머 있고 자신감이 넘쳤다.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매리어트 오로라 호텔에서 만난 20세기 유럽 발레의 산 증인 롤랑 프티(86)는 인터뷰 내내 풍부한 표정과 제스처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날 자신의 대표작 '젊은이와 죽음'(1946년 작)을 러시아 초연한 그는 "나는 지금이 전성기다.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라며 활짝 웃었다. 숨 쉬는 동작과 소리를 내면서 "발레는 내 삶, 호흡과 같다"고도 했다. '젊은이와 죽음'은 7월 한국에서 초연된다.

러시아 발레의 성장으로 한때 주춤했던 프랑스 발레의 중흥을 이끈 그는 모리스 베자르와 함께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안무가로 손꼽힌다. 9세 때 발레에 입문, 15세 때 프랑스 최고의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5년 뒤 샹젤리제발레단을 만들고 모던 발레를 안무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만든 전막ㆍ소품 발레는 60여 편. 대표작 '카르멘'(1949년 작)은 전세계에서 5,000여회나 공연됐다. 2002년까지도 창작활동을 한 그는 "좋은 무용수들과 내가 하고 싶은, 또 할 수 있는 작품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모던은 클래식을 기초로 한다'는 작품관이 분명했다.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컨템포러리 발레를 본 적이 있는데, 무용수들이 카펫 밑으로 기어가기를 반복하더라. 기본 테크닉도 없는 이런 작품은 하루 만에 만들겠다. 반세기 전 내 작품이 훨씬 현대적이다."

'젊은이와 죽음'도 전통 테크닉을 기반으로 한 연극적인 소품 발레다. 프랑스 극작가 장 콕토가 대본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프티는 "콕토가 먼저 작품을 제안했다"며 "원래 나는 미국 재즈 음악을 갖고 안무했는데, 그가 바흐의 '파사칼리아'를 넣자고 했다"는 뒷얘기를 들려줬다. 바흐의 음악 안에 재즈적 움직임이 살아있는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초연 때 무용수 장 바빌레는 높이 점프하지도 않았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루돌프 누리예프 등 훌륭한 무용수들을 거치면서 나도 놀랄 만큼 작품이 멋있어졌다."

역시 7월 한국에서 공연되는 '카르멘'은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했다. 코르셋에 숏커트, 카르멘의 파격적인 의상과 돈 호세와의 선정적인 장면은 당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뉴욕의 경우 1년 동안 장기 공연했다. 그는 "정열적인 카르멘은 당연히 그렇게 그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고의 카르멘은 초연했던 지지 장메르로, 훗날 그녀는 내 부인이 됐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도 지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를 오가며 세계적 아티스트들과도 활발히 작업했다. 피카소, 마릴린 먼로, 막스 에른스트, 입생로랑 등이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무용수이자 배우였던 프레드 아스테어다. 할리우드에서 6~7년 같이 작업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신'이었다."

롤랑 프티는 제네바에서 12년째 살고 있다. 매일 아침을 헬스로 시작하는 것이 건강 비결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 가을 시즌 준비 때문에 한국 공연 때는 아쉽게도 방한하지 못한다는 그는 "한국 발레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말을 익히 들었다"며 "최고의 작품을 공연하니 멋진 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이와 죽음'은 남자 무용수, '카르멘'은 여자 무용수의 테크닉이 특히 중요하다. 일본과 중국에선 마음에 드는 카르멘이 없었는데, 한국에선 나올지 궁금하다."

모스크바=글·사진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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