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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우리 사회에 문화의 단비 내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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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우리 사회에 문화의 단비 내려드려요~

입력
2010.06.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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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초입인 이달 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강당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국내 최고 극단으로 평가 받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극단이 이 학교 전교생 105명 앞에 나타난 것. 강당에 일렬로 모여 앉아 조잘거리던 학생들은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자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목을 쑥 내민 채 공연을 관람했다.

화려한 의상의 배우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자 학생들은 공연에 빠져 들었다. 배우들의 과장된 표정에 '까르르' 웃음을 짓던 학생들은 남녀 배우가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수줍어했다. 공연이 절정에 향해 가자 뒤에 앉은 학생들은 한 장면이라도 놓칠까 봐 고개를 들고 무대를 응시했다. 5학년 이현주(12)양은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즐거워했다.

서울시극단이 이날 선보인 공연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 세종문화회관 공연용으로 마련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작품이다. 서울시극단은 이날 1시간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전날 트럭 한 대 분량의 무대장비와 조명장치 등을 학교 강당으로 옮긴 후 밤새 설치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학교 이유남 교감은 "학교가 도심에 있지만 맞벌이 가정이 많아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공연장 가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문화적 빈곤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찾아가는 무료 공연의 일환으로 7년째 진행하고 있는 '함께해요 나눔예술'이 공연 횟수 1,000회를 돌파하며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나눔예술 공연은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는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는 현장공연으로, 세종문화회관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실시해 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그 동안 세종문화회관 산하의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을 비롯해 합창단, 뮤지컬단, 무용단, 극단, 오페라단, 소녀소녀합창단, 유스오케스트라단, 청소년국악관현악단 등 9개 예술단이 번갈아 가며 서울 구석구석을 방문해 소외된 이웃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왔다.

공연 장소는 고아원, 병원, 재활센터, 장애인복지관, 학교, 보호관찰소, 구청 문예회관 등으로 현실적인 여건상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이웃들과 입시 준비로 심신이 찌든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2004년 28번의 공연으로 2만5,000명 앞에서 공연을 시작한 나눔예술 봉사단은 지난해에는 17만 명에게 고품격 공연을 선사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공연횟수는 총 1,074회로, 65만명이 무료로 문화적 혜택을 받았다. 올해도 200회의 공연을 통해 서울시민 20만명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파할 계획이다.

나눔예술 공연은 특히 장애인과 어린이, 노인 등 관객에 따라 공연 내용을 수시로 바꾸는 맞춤형 공연을 실시해 호응이 높다. 유스오케스트라단과 소년소녀합창단은 해설이 있는 실내음악회와 플루트 앙상블을 선보이며, 오페라단은 로시니의 명작 를 공연한다.

뮤지컬단과 합창단은 인기 있는 노래와 공연을 엄선해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 공연을 선보인다. 또 국악관현악단과 무용단은 우리 소리와 율동을 아름답게 연출해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웃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올해부터는 중ㆍ고교 대신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대폭 강화해 어린이들의 문화 감수성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외계층이 공연에 직접 출연해 자존감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연장도 남산과 서울광장 등 야외로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극단 김석만 단장은 "공연 장소가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무대, 조명, 음향 등에 한계가 있지만 공연장 이상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며 "관객뿐 아니라 공연에 참가하는 단원들도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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