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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위기극복 대토론회/ "신문 위기는 가치의 위기…정상화 위해 정부 차원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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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위기극복 대토론회/ "신문 위기는 가치의 위기…정상화 위해 정부 차원 지원을"

입력
2010.06.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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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인·학자 등 50명 분과별로 44차례 열띤 토론

신문 저널리즘은 공동체의 유지와 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해 왔다. 여론 형성을 담당하는 사회 제도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신문은 그러나 21세기 들어 그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온라인 혁명 앞에 종이 매체의 쇠락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 무력감은 디지털 강국인 한국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이 2월 초부터 4개월 동안 진행한 '신문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는 이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토론회에는 언론학자, 신문ㆍ통신사 경영자와 저널리스트, 인터넷 미디어 및 광고 전문가, 학교현장의 교육자 등 50명이 참여해 '저널리즘' '신문산업' '뉴미디어' '읽기문화' 등 4개 분과로 나눠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총 44차례의 분과별 토론회를 거쳐 종합보고서(초안)를 도출, 지난 4일 결과발표회 및 최종 토론회를 가졌다. 이 종합보고서는 향후 미디어 업계, 학계,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과 연구에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신문 위기는 오래 전부터 운위돼 왔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심층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었다. 이번 토론회의 모델이 된 것은 2008년 프랑스에서 열린 '신문의 위기를 다룰 국민 토론'(Etats generaux de la presse ecrite)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주도해서 열린 이 토론은 프랑스혁명과 인권선언, 그리고 언론자유의 나라인 프랑스가 신문의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커다란 상징적 의미를 가진 행사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토론에서 "신문에 나쁜 것은 민주주의에도 나쁜 것"이라는 한 마디로 전세계적 현상인 신문 위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문의 위기는 신문산업의 위기라는 협의의 차원을 넘어서는 '가치의 위기'라는 인식을 드러낸 말이었다.

언론진흥재단의 대토론회도 이러한 인식의 확인과 더불어, 신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모멘텀의 확보라는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바탕에는 무엇보다 신문이 생산하는 뉴스의 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합리적 보상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이른바 뉴미디어, 모바일 시대에 어디서나 넘쳐나는 무가치한 정보와는 다른, 깊이있고 품격있는 뉴스 생산의 원천으로서의 신문에 대한 재인식과 평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었다.

각 분과 위원들은 신문 위기의 현안을 다룰 신문업계, 광고주, 언론 유관단체 간 조율 및 합의 기구가 없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신문산업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필요성뿐 아니라 신문업계 내부로부터의 변화에 대한 요구도 쏟아졌다. 자체적인 품질 개선 노력이 없는 매체에 대해서는 공적 지원을 배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보고서에 담겼다.

토론회의 논의 결과 중 상당 부분은 당장 언론진흥재단의 2011년 사업 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우선 신문의 미래 전략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멀티미디어ㆍ다매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유통 인프라 구축이 추진된다. 언론진흥재단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합하도록 뉴스를 재가공ㆍ유통할 수 있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 및 운영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각 언론사의 디지털 유통 비용 절감을 위한 서버와 소프트웨어도 지원한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분야를 대상으로 한 저널리스트 심화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인턴제도 또는 겸임교수제도 활용을 통해 산학 연계 시스템을 갖추고, 퇴직 언론인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도 모색된다. 신문 저널리즘의 필요성, 역할 및 경제ㆍ문화ㆍ정치적 가치, 언론인 노동환경에 대한 조사, 편집권 독립 제도화 등을 연구할 연구기관 설립도 추진된다.

언론진흥재단은 "이전에는 신문 위기에 대한 논의가 산발적으로만 끝난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대토론회에는 관련 각계에서 망라된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제시된 위기 타개 방안의 공동 추진기구 구성 등 구체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제안들이 구체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 저널리즘 분과/ 탐사·기획은 공동 취재원 네트워크 이뤄져야

저널리즘 분과(분과장 임영호 부산대 교수)의 논의는 위기를 맞은 신문 저널리즘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에서 출발했다. 광고 위축, 독자 감소, 비효율적 유통구조로 인한 경쟁력 약화 같은 증상의 근저에 잠복한 본질에 집중했다. 그리고 ▦언론에 대한 불신 ▦신문에 대한 이해 부족 ▦기자의 전문성 부재 ▦언론사의 윤리의식 부재 등을 한국의 신문 저널리즘이 처한 현실로 지적했다.

분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뉴스 콘텐츠의 고품격화 지원 시스템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탐사ㆍ기획보도 등 신문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보도에는 개별 신문사가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시간과 경비가 드는 것이 현실이라는 전제 하에, 신문사 공동의 취재원 네트워크 구축, 탐사보도에 대한 연구 지원, 공익성 있는 뉴스 아이템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가능케 할 인프라 조성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를 고취하기 위해 미국의 퓰리처상과 같은 권위있는 시상제도의 도입도 제안했다.

전문성을 갖춘 언론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과제로 제시됐다. 신문은 인재 비즈니스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공익에 대한 소명의식을 지닌 인재들이 전문지식과 능숙한 대중언어 활용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제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에 대한 국제정치, 금융, 의학, 예술 등 특화된 분야의 전문교육 필요성도 제기됐다.

언론의 윤리의식 제고 방안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신문사 경영난으로 인해 홍보형, 광고형 기사가 일반화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아직 없는 실정이다. 저널리즘 분과는 언론인 도덕 윤리 수준의 규정을 넘어, 현재의 언론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윤리기준의 수립 필요성을 강력히 제안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 신문산업 분과/ 구독료 소득공제·공동배달 시스템 정착 과제

신문산업 분과(분과장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산업적 차원에서 신문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 극복을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신문산업에 대한 지원의 궁극적 성과는 독자 및 사회에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 하에 ▦신문 판매 및 독자마케팅 ▦유통 개선 ▦광고 활성화 ▦제작 지원 ▦ABC제도 개선 등 9개 과제를 중점 논의했다.

먼저 신문판매 정상화를 위해 업계 차원의 공정경쟁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자율적 개선 노력으로는 판촉 서비스가 판매액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공정경쟁규약과 신문고시를 준수하도록 책임을 강화하고, 신문협회가 주도해 '신문판매시장의 건전경쟁 정착을 위한 공동선언'을 모든 신문사가 동시에 지면을 통해 공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또 신문판매 정상화 노력의 효과적 추진을 전제로 신문 구독료 정상화도 제안됐다. 정부의 지원 대책으로는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위원회 구성, 신문구독료에 대한 소득공제, 소외계층 신문구독 지원 등을 꼽았다. 4일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신문구독료 소득공제 제도의 연내 입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유통 시스템 개선 방안으로는 공동배달ㆍ수송 시스템 정착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세부적으로 지국 중심에서 본사 중심으로 독자 관리를 이전하고, 공동수송을 위한 집하ㆍ하역작업 공간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이다.

또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시장 기능의 회복을 골자로 하는 광고시장 개선방안과 인력 교육 및 신문제작 시스템 선진화 방안, 신문산업 합리화의 근간이 되는 ABC(발행부수 공사) 제도를 실효화하기 위한 다각도의 방안도 제시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 뉴미디어 분과/ 뉴스 콘텐츠 품질 향상으로 유료시장 확대

뉴미디어 분과(분과장 이민규 중앙대 교수)는 현재 신문이 미디어산업 시장 상황에서 처한 위기를 인식하고, 뉴스 콘텐츠를 유료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뉴스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고, 신규 모바일 시장에서 신문이 유료 콘텐츠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신문과 정부의 공동노력을 제안했다. ▦멀티미디어 뉴스 콘텐츠 제작지원센터 건립 ▦뉴스저작권 관련 정책 지원 강화 ▦스마트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뉴스 콘텐츠 제작 ▦e리더 보급을 위한 지원 등이 주요 제안으로 논의됐다.

우선 뉴스 콘텐츠의 품질을 향상시켜야 유료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멀티미디어 뉴스 콘텐츠 제작지원센터(가칭) 건립을 제안했다. 이 센터는 뉴스 콘텐츠의 멀티미디어적 경쟁력 향상을 위해 DB를 구축하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며, 언론인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디지털 공간에서 뉴스 콘텐츠가 유료화되려면 정부의 뉴스 저작권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와 개별 신문사는 적극적 홍보를 통해 뉴스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저작권 신탁제도를 활성화하며, 뉴스 저작권 판매 모델을 수립하는 한편 정부는 뉴스 저작권 불법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하고, 정부부터 디지털 뉴스 구매에서 신문사가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제안했다.

스마트폰과 e북 등 뉴미디어 플랫폼에 맞는 뉴스 제작 방안도 논의됐다. 신문사들이 뉴미디어에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지원, 신문사 뉴스에 최적화된 플랫폼 환경 마련을 위한 표준 설정과 보급 확산 방안 등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 읽기문화 분과/ 청소년기부터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읽기문화 분과(분과장 박동숙 이화여대 교수)는 신문 위기 극복에는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에 점점 약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읽기 문화' 자체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신문이야말로 읽기문화의 핵심 중 하나이기때문이다. 분과 논의는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조직적 차원의 신문읽기 홍보와 캠페인 실시 ▦신문과 친해질 수 있는 문화 조성 ▦읽기문화 진흥 인프라 구축 ▦NIE(Newspaper In Educationㆍ신문 활용 교육) 보완 및 개선 등을 제안했다.

홍보 및 캠페인은 신문이 무겁고 딱딱한 것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깝고 재미있는 매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익광고 및 표어ㆍ포스터 공모, 대규모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신문을 같이 나누고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신문친화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소년기부터 신문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초중등학교 교사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신문읽기 특강을 마련해 순회 프로그램으로 실행하고, 현재 운영 중인 각종 미디어 센터를 읽기문화 조성을 위한 거점 센터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또 독서문화 진흥 관련 사업과 연계, 새로운 도서관 모델을 구축해 신문읽기 확산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방안도 논의됐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 '신문채널'을 신설, 방송을 통해 신문친화적 환경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외 '신문카페' '신문제작체험센터' '뉴 비주얼 신문박물관' 등 신문친화적인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개별 신문사 단위로는 '청소년이 뽑은 좋은 기사상' '신문과 함께하는 봉사단' 등의 사업을 활성화해 독자의 삶에 밀착된 신문을 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 김정기 대토론회 위원장 "같은 뉴스거리에 상반된 가치판단 스스로 신뢰상실"

'신문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의 위원장을 맡은 김정기(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은 민주주의의 원천 소스"라고 말했다. 그는 "신문은 공동의 지식, 공동의 경험, 공동의 의견이 교환되는 통로"라며 신문산업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토대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인이 영상 정보를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영상 정보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림이 되느냐 마느냐'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매체에 반성적 성찰이 담긴 정보가 담기긴 힘들겠죠. 심층적이고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활자 매체의 필요는 미래에도 줄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한국의 신문이 외국보다 더 큰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인터넷 등 뉴미디어 인프라의 활성화 등 외적인 원인과 함께 내적인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신문에 가치 판단이 지나치게 심하게 개입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신문들은 같은 사회적 사안을 놓고 너무 대척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신뢰를 잃었어요. 둘째는 편집과 광고(경영)의 경계가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에요. 뉴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의 형태 변화에 성공하더라도, 이런 내적인 문제가 계속되는 한 한국 신문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김 교수가 제시하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도, 그래서 모바일 플랫폼 개발 등 외적 부분보다 신문의 '기본'에 대한 얘기로 수렴됐다. "심층성이라는 활자 매체의 차별성을 더 부각시켜야 합니다. 뉴미디어와의 결합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지만, 그게 더 시급한 과제예요. 신문은 사회 전반에 대한 감시, 현대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 등이 실린 '읽기 재료'입니다. 그 본질에 충실해야만 신문이 살아 남을 수 있을 겁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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