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저주를 걸었나 보다.", "선수 생명을 걸 수는 없었다."
'부상 악령'이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뒤덮고 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곽태휘(교토)를 떠나 보내야 했듯, 본선 32개국의 간판 선수들이 불의의 부상으로 '꿈의 무대'를 밟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는 유독 대표팀 주장이 많고 유럽 등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들이어서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인 디디에 드로그바(첼시)와 리오 퍼디낸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5일(한국시간) 각각 팔꿈치와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2009~10시즌 29호골을 터트리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드로그바는 일본과의 평가전(2-0 승)에서 오른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 뒤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코트디부아르 축구협회는 "성공적으로 수술이 잘 이뤄졌다.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밝혔지만 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4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잉글랜드는 퍼디낸드의 공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앙 수비의 핵인 퍼디낸드는 4일 남아공 현지에서 진행된 대표팀 첫 훈련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쳐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정밀 검사 결과, 부상 회복까지 최소 3주, 실전 투입까지는 6주가 걸려 사실상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퍼디낸드의 에이전트는 영국 일간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리오가 내게 '누가 저주를 걸었나 보다'라고 말했다"며 참담한 그의 심경을 전했다.
네덜란드의 간판 공격수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도 6일 헝가리와의 평가전(6-1 승) 도중 왼 다리 햄스트링을 다쳤다.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네덜란드 감독은 "아르연이 다치지 않을 수만 있었다면 차라리 져도 좋을 뻔했다. 통증이 꽤 심했다고 하는데 아직 (월드컵 출전) 희망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의 핵심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첼시)을 이번 월드컵에서는 볼 수 없게 됐다. 4월 다쳤던 무릎이 완치되지 않은 것. 미켈은 "선수 생명을 걸 수는 없었다"며 월드컵 출전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아킬레스건)과 독일의 주장 미하엘 발라크(발목)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부상에 발목이 잡혀 남아공행 꿈을 접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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