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열리는 6월 첫째 날, 녹음에 둘러싸인 국립과천과학관에서 행사가 열렸다. 한국해양연구원과 국립과천과학관이 상호 협력하기로 협약 체결을 한 것. 두 기관은 앞으로 해양과학 분야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전시기획 자문을 하는 등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1973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출발한, 국내 유일의 정부출연 종합 해양과학기술 연구기관이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는 물론 북동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 등 열대 해역, 남극과 북극 해역 등 전 세계 바다를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지난 2008년 11월 개관하였다.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갖고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가고, 일반인들이 일상생활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과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배움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원과 과학관은 각각 고유의 기능이 있다. 연구원의 주 기능은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이다. 연구원에는 새로운 과학 사실을 밝히고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고급 인력과 첨단 장비가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과학관은 이런 결과물들을 일반인에게 알기 쉽게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시설과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과학관도 연구 기능이 있지만 연구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과학관과 연구원이 만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이 과학자나 기술자의 울타리 속에서 그들만의 전문 언어로 소통되는 한 대중들은 과학기술과 친해질 수 없다. 과학관은 과학기술자와 일반인 사이에 높게 둘러쳐진 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럼으로써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 과학기술의 대중화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대중을 과학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댈 곳은 양질의 인력자원 뿐이다. 이 인력을 활용한 과학기술 개발이 국가발전의 동력원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공계에 우수 인력이 많이 몰려야 한다. 과학관은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재미를 주어 이공계 우수인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협약식 때 평소 과학기술 개발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는 국립과천과학관 이상희 관장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과학기술은 식물의 뿌리와 같다. 그리고 가지는 여러가지 경제 활동에 비유할 수 있다. 그 가지에 달리는 열매는 경제활동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달콤한 혜택이다. 튼실한 열매를 맺으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농부는 흔히 가지를 쳐주는 전지작업을 한다. 선택과 집중을 하여 크고 맛있는 열매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근본이 되는 뿌리를 잘라 버리는 경우는 없다. 식물이 튼튼히 자라려면 뿌리가 든든해야 한다. 잔뿌리가 많아야 영양분과 물을 잘 흡수하여 식물이 잘 자란다. 뿌리가 무성해야 비바람이 몰아쳐도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다. 비록 당장 효용성이 적어보이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과학을 골고루 육성해야 하는 이유도 나무의 뿌리 경우와 다르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곳은 뿌리가 아니라 가지다.
두 기관의 협력을 계기로 연구원과 과학관이 더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관을 방문하는 학생들이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해양과학정보를 접하고, 앞으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유능한 해양과학자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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