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명 '흑금성'으로 알려진 전 안기부 대북 공작원 박모씨가 2005~2007년 북한 공작원에게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의 군 선배인 김모 육군소장이 기밀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가 박씨에게 유출한 군사기밀에는'작전계획 5027'의 핵심적 내용이 포함됐다는 보도까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보통 중대한 사건이 아니다. 작계 5027은 전면전 발발 시 한미 연합전력의 전략적 대응에서 국지적 운용에 이르는 방대한 작전계획을 담은 기밀문서다. 그 일부라도 유출됐다면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핵심적 내용이 넘어갔다면 더욱 큰 일이다. 북한이 우리의 작전개념 자체를 샅샅이 파악하는 치명적 결과가 우려된다.
그러나 아직은 사건의 심각성 자체가 분명치 않다. 군 수사당국은 김모 소장의 신병을 구속하지 않은 채 조사하고 있다. 정보유출도 말과 메모로 이뤄졌다니 정보의 질과 양이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춰, 구체적이지 않은 단편적 의혹과 사실만을 토대로 성급하게 예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군 장성이 어떤 식으로든 연루된 의혹만도 적잖이 충격이다. 게다가 방산업체 간부가 이미 구속됐다. 군은 보안의식이 흐트러진 것을 반성해야 한다. 다만 확증 없이 군 지휘부의 중추에 있는 현역 소장이 간첩사건에 연루됐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 군의 신뢰가 추락하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수사결과 그의 혐의가 중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도 국민이 군을 불신할 것을 미리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일각에서 명백한 천안함 조사결론마저 완강하게 배척할 정도로 불합리한 불신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안보와 관련한 사안일수록 엄정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는 어떤 형태의 축소나 부풀림도 삼가야 한다. 내부의 불신과 갈등은 국가 안보에 가장 무서운 적이다. 사회 전체가 예민한 위기 상황일수록 모두가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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