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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인가족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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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인가족의 행복

입력
2010.06.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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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초 실시하는 환태평양(Rimpac) 해군 연합기동훈련을 위해 하와이에 파견된 세종대왕함 간부들이 가족과 관광을 즐겼다고 야단이다. 세종대왕함은 지난달 12일 현지에 도착해 장비와 작전능력을 점검하고 있는데, 지난달 22일 장교 2명과 준ㆍ부사관 28명이 휴일을 이용해 가족과 관광을 했다고 해서 비난이 쏟아졌다. 가족들은 단체관광으로 뒤따라 갔다고 한다. 해군은 “9월초 귀국 때까지 4개월 넘게 가족과 떨어져 지낼 것을 고려해 휴일 외박을 허가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논란에, 서울 용산과 주요 미군기지에 있는 USO 클럽과 지역센터를 먼저 떠올렸다.

■ 비영리 민간기업 형태인 USO(United Service Organizations Inc.)는 미군 장병과 가족의 사기와 편의를 위해 가벼운 유흥 오락시설과 프로그램, 관광 여행 등 여가활동 지원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 군인가족 주택 물색, 주둔지 언어 문화 강좌도 마련한다. USO는 2차 대전 때 구세군 YMCA YWCA 등이 1,600만 달러를 민간 모금해 출범했다. 전선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장병이 잠시 얻은 여가와 휴가 때(On-leave), 고향에 돌아온 듯 편히 쉬도록 돌보는 ‘Home away from home’을 지향했다.

■ USO는 특히 전선 캠프 쇼 공연으로 장병을 위무했다. 최전방 트럭 위에서도 펼친 위문공연에는 봅 호프, 빙 크로스비, 베티 데이비스, 험프리 보가트, 로렌 바콜 등 연예계 스타가 모두 동참했다. 전쟁이 한창일 때는 3,000곳에 클럽이 있었고 하루 700회 공연을 했다. 또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장병들과 댄스파티에서 어울려 전쟁의 상처를 치유했다. 전후 해체됐던 USO는 한국전 때 다시 조직돼 마릴린 먼로 등이 전선을 찾았다. 이후 베트남전을 거쳐 지금도 140곳 지역센터에서 민간 기부금과 자원봉사자 4만 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 천안함 사태 속에 근신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전쟁 때도 장병의 편안한 휴식은 소중하다. 인터넷 공간의 논란 속에 군인가족의 어려움을 토로한 글들에 눈길이 갔다. ‘결혼 18년에 함께 지낸 건 2년11개월뿐’이라는 하소연에 ‘군인은 이기적인 사람들이 슬쩍 짐을 떠넘기려 만든 직업’이라는 냉소도 있다. 그 가운데 ‘선진군대의 출발점은 행복한 가족’이라는 글이 돋보였다. 해군 부사관 가족들이 좀체 얻기 힘든 작은 행복을 누린 것을 나무라는 건 지나치다. 오히려 USO처럼 사회가 지원하는 아량은 없을까.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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