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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용사' 묘비닦는 희생장병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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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용사' 묘비닦는 희생장병 어머니

입력
2010.06.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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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 초여름 뜨거운 햇살을 남색 모자로 겨우 가린 채 중년의 여인이 희생 장병들의 묘비를 돌며 비석을 닦고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천안함 희생자 중 1명으로 대전 출신인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인 강금옥(56ㆍ대전 동구 가양동)씨였다. 강씨는 천안함 희생 장병들이 현충원에 안장된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을 찾아 묘비를 닦고 묘역 청소도 하고 있다.

본인의 이름보다 재엽이 어머니로 불리고 싶어하는 그는"아들이 여기 있어서 매일 찾아오고 있다"며 "여기를 들러야 내 마음이 편안해"라고 말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아들을 찾은 강씨는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며 2시간 넘게 46개의 묘비를 일일이 닦고 쓰레기를 치웠다."추모객들이 애도하는 마음으로 헌화하고 술도 따라 놓고 간다는 것을 알지만 음료수나 음식물 등은 돌아갈 때 가져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6용사들의 묘비 앞에 놓인 꽃들이 시든 채 방치되고 묘역 주변에 음식물들이 흩어져 있으면 미관상 좋지도 않고 근처 야생동물들과 개미들이 몰려들어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아들의 묘비를 닦으며 그는 3남매 중 막내인 임 중사가 착한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는 "그 녀석이 아랫사람들을 얼마나 잘 챙겼는지 같이 복무하다 제대한 후배들이 요즘도 묘역을 찾아와 참배를 하고 간다"며 "내 아들을 자상하고 따뜻한 선배로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사고 10여일 전 아들과 통화 내용을 기억하며 강씨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재엽이는 내성적이라 제 속마음을 잘 말하지 않는데 그날은 술을 마셨는지'엄마 늙지 마세요'라고 했다"며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는 요즘 일부 주위의 비뚤어진 시선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기는 것도 어려운데 주변에서는 보상금에 관심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돌기 때문이다. 그는 "보상금으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아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죽어서 영웅이 된 아들보다 살아서 착하게 사는 아들이 더 좋다"고 가슴을 쳤다.

한참을 더 머물던 그는 햇볕에 시들어 축 늘어진 국화꽃과 빈 물병을 한 아름 들고 묘역을 빠져 나갔다. 그는 내일도 46명의 아들을 만나러 현충원을 찾을 것이다.

한편 이날 묘역에는 유가족들과 군 관계자, 일반인들의 참배 발길이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묘역을 찾아 꽃에 물을 주거나 묘비 앞에 음식을 차려 놓고 절을 올렸다. 일부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목놓아 울기도 했다.

군 관계자들도 참배 후 유족들을 위로했으며 최원일 함장 등 천안함 생존자 20여명 역시 묘역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일부 생존 장병들은 46개의 묘비 앞에 담뱃불을 붙여 올려 놓기도 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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