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을 하면 더는 강사들의 억울한 죽음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김영곤(62) 김동애(64)씨 부부는 4일로 1,002일째 한 평도 안 되는(약 3㎡) 천막에 살고 있다. 집은 인천 부평구에 있지만 주말에만 번갈아 잠시 들를 뿐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고려대 시간강사, 부인은 전직 시간강사다.
희망을 품고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껏 돌아온 건 비극이었다. 부인 김씨가 유서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지난달 25일 교수임용 탈락을 비관해 자살한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45)씨가 쓴 것이다. '죄송합니다. 투쟁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생전에 알았던 부인 김씨에게 남긴 글이었다. 남편 김씨는 "1998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8명의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1,000일 넘게 자리를 지켰지만 바뀐 게 없다"고 답답해 했다.
부부의 1인 시위는 2007년 9월 7일 시작됐다. 부인이 먼저 나섰다. 김씨는 "98년에 모 대학에서 정식 교수로 받아준다고 해서 7년 넘게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임금삭감뿐이었다"고 했다.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부인은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에서 활동을 했고, 2007년 한나라당이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고등교육법'을 국회에 발의하자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부창부수(婦唱夫隨), 남편도 부인의 뜻을 따랐다.
그러나 부부의 시위는 무관심에 묻혔다. 여야가 사실상 동의해 발의한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아직까지 낮잠을 자고 있다. 동료 강사들도 맘놓고 돕지 못하는 처지다. 어떻게든 정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의 눈치를 보느라 시위에 동참하길 꺼리기 때문이란다.
부부는 77년 박탈당한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만이 해결의 열쇠라고 주장한다. 부부는 "근로계약서는 둘째 치고, 다음 학기 수업을 배정받지 못하면 사실상 해고로 여겨지는 불안한 현실 속의 시간강사들은 자신의 연구는 꿈도 꾸지 못한 채, 그저 학교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의 끈을 놓긴 이르다고 말한다. "시위가 1,000일을 넘어가면서 천막을 찾는 학생 수도 늘고, 기자도 찾아오고… 시간강사 문제가 점차 한국사회 전체 문제로 인식되는 것 같아요. 시간강사가 될지 말지 고민하는 둘째 아들에게도 분명 교원지위가 회복될 테니 힘을 내라고 했죠."
5일 오후엔 1인 시위 1,000일 기념문화제 및 조선대 서모 강사의 추모미사가 열린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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