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대 숲과 골프장 등에 다람쥐들의 출몰이 잦아 시선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청설모가 장악했던 생태계 지배구도가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산 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4일 "최근 등산객이 자주 다니는 탐방로 일대에 다람쥐들이 많이 몰려다닌다"고 전했으며 경기 남양주시 K골프장 직원은 "예전에 청설모가 3, 4마리씩 보였지만 최근에는 다람쥐가 떼로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사실 다람쥐는 체구가 작고 성격이 온순한 탓에 덩치가 큰 청설모와의 영역다툼에서 밀려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런데도 생태계 라이벌 사이의 개체변화가 눈에 띄는 데는 청설모가 개체급증으로 2000년 환경유해동물로 지정된 뒤 포획되고 있는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다람쥐 출몰을 자주 본 사람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라이벌에 대응한 다람쥐의 생존전략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수도권 골프장의 한 캐디는 "다람쥐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청설모를 공격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봤다"며 "과거에는 그런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람쥐는 여름 이전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고 청설모는 주로 가을 이후 활동하는 습성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사무소측은 "동면에서 깨어난 다람쥐가 먹이가 없다 보니 등산객들 주변에 떼로 모이면서 개체수가 많아진 걸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체변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6월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한 야생동물 서식실태 조사에 따르면 100헥타르에 서식하는 청설모 수는 2001년 9마리에서 지난해 6마리 안팎으로 감소한 반면 다람쥐는 2001년 6, 7마리 안팎에서 최근 7, 8마리로 늘어났다.
다람쥐는 몸길이 15㎝, 몸무게 80g안팎으로 청설모(25㎝, 300g)보다 작고 연한 갈색 털에 등에 5개의 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청설모는 귀에 길이 4㎝의 털이 나있다. 청설모가 사계절 활동하는 반면 다람쥐는 동면한다. 둘 모두 국내 토종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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