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吳시장-의회·구청장 '기싸움' 정책 표류·행정 엇박자 우려
서울 유권자들은 6ㆍ2지방선거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여당 시장에 야당 구청장 및 시의회'라는 절묘한 구도를 탄생시켰다. 서울 지방권력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시대가 출현한 것이다.
서울 시정을 책임지는 오세훈 시장은 우선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혹독한 견제를 받게 됐다. 내달 구성될 5기 서울시의회(106명)는 민주당 79명, 한나라당 27명으로 야당이 절대 다수다. 여기에 시정철학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구청장 역시 민주당이 25석 중 21석을 석권했다. 시장의 시정이 주민들까지 먹히지 않는 동맥경화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야당이 장악한 조례ㆍ예산의결권
서울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의회의 조례발의 권한과 예산승인 권한 남용이다. 서울시 간부는 4일 "요즘 의원발의 조례가 많은 추세이고, 시의원 10명의 서명만 있으면 조례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며 "의결된 조례에 대해 시가 재의를 요구해도 의회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정족수의 75%를 장악한 민주당이 시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조례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4기 시의원을 지낸 민주당 조규영 당선자(구로2선거구)는 "한나라당이 장악한 시의회에선 무한정 심의를 유보했지만 7월 1일 임기가 시작되면 첫 회기에 바로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매년 2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심의ㆍ의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 조 당선자는 "4기 시의회가 오 시장에 대한 지원이나 묵인이었다면 이제부턴 이미지 홍보비, 건설토목 사업비, 한강르네상스, 디자인서울 등에 대한 꼼꼼한 점검과 대안 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의 시장 견제도 훨씬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일색이던 지난 시의회는 시장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가급적 호출을 자제했었다. 형식 의례에 머물렀던 행정사무감사(국회 국정감사격)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엄격해질 전망이다.
시장ㆍ구청장 간의 엇박자 불가피
오 시장과 시의회의 첫 대결(?)은 8월 추경예산이 편성되면서 시작될 예정이다. 자칫하면 사사건건 의견 대립으로 시정이 마비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야당을 통해 시민의 의견이 시정에 반영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의회는 여야가 6대 4 정도 일 때 견제도 되고 행정효율성도 높일 수 있지만 이번처럼 2.5 대 7.5인 상황은 시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인기에 영합하는 조례 발의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1명에 달하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도 오 시장과의 건건이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많은 민주당 당선자들이 시와 구청이 7대 3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서울형 어린이집'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앞으로 이 사업의 진행 역시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또 상당수 민주당 당선자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친환경 무상급식'문제도 이를 반대하는 오 시장과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구청장의 권한이 상당히 강화된 상태라 오 시장으로서는 예전 같은 밀어붙이기가 힘들다. 시 관계자는 "자립도가 높지 않은 구청이 나름대로 선심행정에 시 지원예산을 쓰면 막을 수도 없고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 정무라인 강화 등으로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오세훈 2기의 권력지형 변화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소야대가 되면 일을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는데 정치는 싸워서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게 본래의 기능"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신 교수는 "디자인서울 같은 현안은 야당의 반대가 클 것"이라며 "행정의 효율성보다 민주주의를 본다면 문제가 없다. 행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면 왜 의회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에는 시의회가 오 시장을 밀어줬지만 이젠 오 시장이 시의회를 설득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선 단체장이 정무수석도 두고 정무장관도 주는 것처럼 서울시도 정무라인을 강화하고 정책 사안별로 설득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 경험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오 시장이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타협과 설득의 큰 정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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