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교육감 선거는'로또'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켰다.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각기 제안한 교육 정책을 놓고 국민이 어느 때보다 적극 투표에 참여해 교육이 갈 길을 선택했다. 서울과 인천의 경우 진보와 보수 성향 후보가 막판까지 경합했으며, 16개 시도 가운데 6곳에서 진보성향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교육계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결과이다.
제도권 경쟁 통한 변화 기대
2006년 개정된'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되었지만, 이번 선거처럼 유권자들이 교육 현안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 참여한 적은 없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제기한 무상급식 문제는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었고, 많은 유권자가 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이 표로 나타낸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는 이제 다른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에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논란된 교원평가제, 고교평준화 개선, 전국 학력평가 실시 등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의견과 입장 차이가 제도권 교육의 틀 안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에 따른 갈등과 대결을 교육감 선거에서처럼 공정한 토론과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이다.
이번 선거 결과 다수의 진보성향 교육감이 지방 교육을 책임지게 된 것과 관련, 사회 일각에서는 교육정책의 일관된 집행에 갈등과 혼선이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정책 집행의 효율성만을 고려한 좁은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교육의 질적 수월성과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놓고 서로 다른 교육 철학을 가진 교육계와 사회 구성원들이 선의의 제도적 경쟁을 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복수의 정당이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교육정책 경쟁이 제도권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고교평준화 정책의 대안으로 보수성향 교육감들은 교육의 수월성을 축으로 자율형 학교를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교육의 형평성을 축으로 혁신 학교를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두가지 정책 모두 고교 교육의 다양화를 꾀한다는 측면에서는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 아주 다른 교육 철학과 실천 방안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어떤 철학과 실천방안이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 데 타당한 지는 정치적 논쟁이 아닌 정책집행 결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의 기초 체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며,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 나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6·2 교육감 선거는 큰 희망을 안겼다. 무엇보다 교육이 더 이상 교육계 인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는 것이다. 국민 참여를 기반으로 개방적 교육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교육이 경쟁력을 갖고 교육 현안들을 통합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열린 교육으로 진화하는 길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체제 선진화에 중요하다. 무상급식 문제뿐 아니라 교원평가제, 전국 학력평가, 고교평준화 개선 등을 학부모와 지역 각계인사의 광범한 참여를 통해 결정한다면, 정책의 타당성과 설득력 및 집행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유기체는 항시 주변에 대해 개방성을 유지한다. 교육도 그처럼 사회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견과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사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 것이 교육이 살아서 진화하는 길이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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