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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꿈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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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꿈은 이뤄진다'

입력
2010.06.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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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이 다음주 개막한다. 우리 대표팀은 어제 새벽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아쉽게 0-1로 패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평가전에서 얻은 값진 교훈을 되새기며 남아공으로 이동, 사상 첫 원정 16강을 향한'유쾌한 도전'에 나선다.

허정무 감독은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킨 선수 23명의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략 구상을 다 마쳤을 것이다. 최종 엔트리 구성을 두고 더러 의문을 제기한 팬들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경험과 패기가 적절히 조합돼 국민의 드높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2002 한일월드컵 때도 김남일 송종국 박지성 등의 발탁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김남일은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 패배의 빌미가 된 플레이로 심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남일이처럼 책임감이 강하고 강인한 선수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멀티 플레이어 개념이 자리 잡지 않았던 당시,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 송종국 김남일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 잠재력을 이끌어냈다. 결국 이들은 제 몫을 다하며 4강 신화를 이뤄냈다.

허정무 감독이 이동국을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발한 데도 확고한 복안이 있을 것이다. 2002년 조별리그 폴란드와의 1차전이 끝난 뒤 히딩크 감독은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 이영표가 부상을 당해 걱정했는데 대타 이을용이 빈 자리를 말끔하게 메워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을용은 황선홍의 첫 골을 배달하는 절묘한 크로스를 올렸고, 첫 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영표도 더 이상 못 뛴다고 했지만 극적으로 회복돼 4강 진출에 큰 힘이 됐다. 이동국이 첫 경기에 뛰지 못하더라도, 두 번째 경기부터 해결사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골키퍼 이운재는 최근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국제경기 경험이 가장 많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아 골키퍼로서 안성맞춤인 성격이다. 비록 체력은 8년 전, 4년 전만 못할 수 있지만, 골 문에 섰을 때 누구보다 안정감이 높다. 한일월드컵에서 얻은'거미손'별명처럼 다시 한번 멋진 선방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2006 독일월드컵 때는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되지 않아 2002년 멤버로 밀고 나갔으나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허정무호는 완벽하게 세대 교체를 이뤘다. 그리스와의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은 높다. 대표팀 코칭 스태프도 풍부한 경험과 분야별 전문지식을 토대로 최선의 아이디어와 조언을 사령탑에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대표팀이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게 하는 것이 코칭 스태프의 임무다.

월드컵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누구도 모른다. '공은 둥글다'는 경구를 더 없이 실감나게 하는 것이 월드컵이다. 경기 하나하나가 그렇다. 나는 우리 대표팀이 2002년 그랬듯이 이번에도 자신들과 국민의 꿈을 훌륭히 이룰 것으로 믿는다. 대표팀이 지금껏 쏟은 열정과 노력, 국민의 믿음과 격려가 한데 어울리면 어떤 새로운 기적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희생 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드라마를 연출하길 희망한다. 2002년'꿈은 이뤄진다'는 구호가 상징한 간절한 희망과 벅찬 감동의 순간들을 2010년 남아공에서 반드시 재현하기 바란다. 꿈은 이뤄진다.

박항서 프로축구 전남 감독 2002 월드컵 대표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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