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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무집' 글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숨겨둔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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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나무집' 글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숨겨둔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입력
2010.06.0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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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예 톨만ㆍ로날트 톨만 지음/여유당 발행ㆍ32쪽ㆍ1만원

네덜란드 작가인 아버지와 딸이 함께 창작한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본문에는 글자가 단 하나도 없다. 이야기는 독자 스스로 마음껏 상상하며 펼쳐나가면 그만이다. 메시지를 찾으려고 굳이 애쓸 것도 없다. 그저 그림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니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무언의 노래는 자연과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북극곰이 커다란 고래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북극곰은 나무집을 발견하고 올라간다. 작은 배를 타고 온 갈색곰도 나무에 오른다. 친구들이 찾아온다. 플라밍고 떼와 코뿔소, 하마, 공작새, 팬더, 올빼미까지 다들 즐겁게 어울려 놀고 떠난 뒤 북극곰과 갈색 곰만 남는다. 포근하고 흐뭇한 고요가 나무집을 감싼다.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를 낚고, 나란히 앉아 먼 데 보름달을 보는 둘의 모습은 돌처럼 딱딱해진 마음도 부드럽게 풀어줄 것 같다.

그림으로 쓴 한 편의 시 같은 책이다. 펼치면 무릎을 다 덮고도 남는 큼직한 그림에서 나무집은 오른편에 있다. 왼편에는 넉넉한 여백에 하늘과 땅을 담았다. 땅 가득히 플라밍고 떼가 몰려오는 장면은 하늘도 온통 분홍빛인 것이, 색채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하늘 빛은 날씨와 계절과 밤과 낮에 따라 달라진다. 화창한 봄날은 연둣빛으로, 무더운 여름은 샛노랗게, 눈 오는 겨울 밤은 아늑한 회색으로, 휘영청 달 뜬 밤은 깊고 푸르게 칠해 자연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 속에서 동물들이 무엇을 하고 노는지 곰곰 살피다 보면, 누구나 사랑스런 동화 한 편쯤 쓸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책 박람회로 유명한 볼로냐 국제도서전의 올해 라가치상 최우수작이다. 이 책의 따뜻한 감성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을 사로잡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림에서 들려오는 조용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보고 또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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