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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경제 달구는 '핫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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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경제 달구는 '핫머니'

입력
2010.06.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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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좋아하는 중국인도 "환차익 노린 熱錢은 안돼"

중국인들의 돈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다. 집집마다 '재신(財神)'을 모셔놓고 조상 대하듯 떠받든다. 숫자 가운데 유난히 '8'자를 좋아하는 것도 '돈을 번다'는 뜻인 '파차이(發財)'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도 국경을 넘나드는 핫머니에 대해서만큼은 그리 너그럽지 못한 것 같다. 요즘 중국에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가운데 '反熱錢戰爭(반열전전쟁)'이라는 책이 있는데, '熱錢'이란 핫머니의 중국식 표현이니 책 제목은 '핫머니와의 전쟁'쯤 될 것이다.

핫머니란 글로벌 시대의 자연스러운 산물이지만, 이 책에서는 나라 사이의 전쟁이라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은 극단적인 논리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특유의 애국주의 정서와 맞물려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유입액 규모 논란

실제로 핫머니는 지난해부터 중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오고 있는지는 어느 누구도 잘 모른다. 중국정부가 공식적인 통계를 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분석가들은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 나름대로 규모를 추정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중국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08년에 중국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핫머니 잔액이 당시 중국의 외환보유액과 맞먹는 1조7,50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자 외환관리국은 "중국에 들어온 자금은 당국의 허락 없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서 핫머니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였다. 또 올해 초 해외의 한 경제연구소가 외환보유액 통계를 기초로 2009년 중 핫머니 유입규모를 1,670억달러로 추정하자, 외환관리국은 "어림짐작으로 계산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불법적인 유입 경로

핫머니는 통상 현금화가 쉬운 주식이나 채권투자의 형태로 국경을 넘나든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주식,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제한되어 있고 외환관리도 엄격하기 때문에 일반적 의미에서의 핫머니 규모가 클 수는 없다. 문제는 불법적인 자금유입인데 이는 크게 보아 두 개의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첫째는 무역거래이다. 중국의 A기업이 해외의 B기업과 결탁하여 수출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실제는 100만달러를 수출했는데, 150만달러를 수출한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러면 A기업은 50만달러를 불법송금 받게 된다. 핫머니는 통상 외국인들이 소유한 자금이지만 이 경우에는 내국인이 주인이다.

둘째는 직접투자를 통해서이다. 주로 홍콩자금이 이런 식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에 공장을 짓고 생산을 하겠다고 신고를 해 놓고는 실제로는 그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직접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감독하는 사후관리가 소홀한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중국정부도 이런 음성적 자금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금년 2월 외환관리국이 실태조사에 나서 74억달러에 달하는 의심사례를 적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불법으로 유입된 자금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핫머니 왜 들어오나

핫머니가 중국을 노크하는 까닭은 부동산시장 과열과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달러화를 중국으로 들여와 위안화로 환전한 뒤 부동산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치솟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조만간 위안화가 절상되면 나중에 달러로 환전해 나갈 때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대규모로 유입되는 핫머니는 부동산 거품의 원인이 되고 지나치게 많은 유동성을 만들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도 있다. 중국정부도 이를 우려하여 금융기관의 해외단기차입한도를 축소하고 불법 자금유입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핫머니의 폐해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신흥시장국에서도 그야말로 핫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세계적 석학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고, 현재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도 주요 논제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규제보다는 돈이 빠른 법. 이익을 쫓아 바쁘게 움직이는 거대한 투기자금을 순화시킨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기야 그렇게 쉽게 통제가 된다면, 핫머니도 아닐 테지만.

박동준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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