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호랑이 오명 씻고 공격성 보여줄까
지난 1일 한국씨티은행의 지주사인 한국씨티금융지주가 설립됐다. 은행 지주사로는 일곱 번째, 특히 외국계 은행으로는 SC제일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지주사의 초대 수장을 맡은 하영구(57ㆍ사진) 회장도 이제 은행권에서 '장수 CEO' 반열에 오르게 됐다. 2001년 5월 최연소은행장(48세) 기록을 세우며 한미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2004년 '한미+씨티은행' 통합행장을 거쳐 올해로 4연임에 성공했다. 임기(2013년)를 모두 마칠 경우, 은행장 재임 기간만 역대 최장인 12년에 이른다. 그리고 그는 이제 지주사 설립과 동시에 지주회장과 행장까지 겸직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사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켰을 때만해도, 국내 토종은행들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 최대금융그룹이 막강한 자본력과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해 낙후된 시중은행권을 초토화시킬 것' '머지 않아 씨티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대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하 행장도 '메이저 플레이어' 도약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6년간 한국씨티은행의 성장은 정체됐고,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한 신시장 개척의 성과도 거의 없었다. 실제 출범 당시 자산 59조원이었던 한국씨티은행의 규모는 지금도 거의 그대로다. 자산 규모가 300조원을 넘나드는 국민, 우리, 신한의 5분의1에 불과한 '마이너 플레이어'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도 이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맹수인줄 알았더니 종이호랑이더라'는 오명을 씻고, 이름값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도 하 회장이 지주사 설립을 계기로 보다 공격적으로, 보다 성장지향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역시 취임 일성을 통해 "씨티의 축적된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합병에 이어 이번 지주사 설립은 하 회장에겐 두 번째 도전이자 기회인 셈. 첫 번째의 실패를 이번엔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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