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단 글ㆍ안경자 그림/들녘 발행ㆍ 320쪽ㆍ 1만3,000원
유기농 공동체인 '연두영농조합' 대표 변현단(45)씨가 요즘 푹 빠져 먹고 있는 푸성귀는 쇠비름이다.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밭과 들에 지천으로 깔리는, 농부에겐 성가신 잡초가 그에겐 맛있는 약초다.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쇠비름을 데쳐서 된장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당뇨 환자들에겐 혈당치를 떨어뜨려주면서도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약효도 있고요."
변씨가 쓴 엔 이 같은 잡초 예찬론이 가득하다. 경작하고 재배하지 않아도 제 맘대로 자라는 잡초가 쓸 데 없는 풀이 아니라 제 나름의 맛과 향, 약효를 지닌 고마운 식물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지천에 널린 것들을 채취해서 철 따라 즐기면 되는 것을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고 강조한다.
'약이 되는 잡초 음식'이란 부제처럼 '잡초를 먹자'는 모토를 내건 책은 잡초 식단을 꾸밀 수 있도록 일러주는 실용서 성격도 갖고 있다. 잡초 50가지를 뽑아서 효능뿐만 아니라 조리 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당장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도시 나대지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망초도 먹을 만할까. 잎가지를 살짝 데쳐 소금만 넣어서 먹어도 색다른 향을 느낄 수 있고 꽃도 말려서 꽃차로 마시면 들꽃 향기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농부들에겐 원수 같은, 질긴 생명력을 가진 가시풀인 환삼덩굴은 고혈압과 아토피에 약효가 있어 한약재로도 쓰이며 민중가요 노래패의 이름으로도 사용된 꽃다지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호흡 곤란에 약효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냉이, 쇠뜨기, 큰개불알풀, 엉겅퀴, 강아지풀, 며느리밑씻개 등 온갖 종류의 잡초들도 제각각 특징과 요리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특히 잡초마다 식물 세밀화를 그려온 안경자씨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 잡초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이름도 없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잡초란 없는 셈이다. 실제 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고 한다. 저자는 "경작할 만큼 환금성이 높지 않아 버려지면 잡초가 되지만, 인디언들은 모든 식물과 동물이 각기 존재 이유가 있는 생명이며 그들의 친구라고 느꼈다"고 말한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도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다. 자연 그대로를 먹고 즐기긴 위해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병행돼야 하며 잡초는 그 자연스런 삶의 열쇠라는 얘기다. 공장에서 인공 첨가물을 넣어 대량으로 만들어낸 낸 가공식품이 인간의 몸을 획일화하면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경고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저자는 애초 농사와는 무관했던 운동권 출신. 노동운동, 진보정당 운동, 인터넷신문 편집장 등을 하다 해외 배낭여행 중 자연스런 삶에 눈을 떠 2005년 무렵 귀농을 결정했다고 한다. 경기 시흥시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자활영농사업단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잡초와 자연이 공존하는 유기 농사를 실험해왔고, 지난해 회원 10여명과 함께 독립해 자활공동체인 연두농장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각종 작물과 잡초들을 연두농장에서 직거래로 구입할 수 있고, 텃밭 회원으로 가입해 유기농사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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