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해군이 다음 주 서해에서 진행하려던 연합해상훈련을 연기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훈련인 만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정치적 판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무력 시위 강도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와 맞물려 있어 향후 정부가 본격적 완급 조절에 나서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4일 “미군의 준비 사정을 감안해 내주로 잡혀 있던 연합해상훈련을 2~3주일 연기해 6월 중순 이후에 실시할 것”이라며 “대잠훈련은 계획대로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3일 브리핑에서 “7일부터 10일까지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불과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이다. 지난달 10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의 회동 이후 대북 강경 조치의 일환으로 급 물살을 탔던 연합해상훈련에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날 미군 7함대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윌버호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기지를 떠나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도착했지만 갑작스런 작전 취소로 당분간 대기해야 할 처지다.
훈련 일정을 변경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이 신중한 태도로 돌아선 탓이 크다. 이번 훈련의 주력은 미군 7함대. 특히 미군이 파견할 것으로 알려진 핵 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9만7,000톤급)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제프 모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3일 “항공모함을 한반도 해역에 파견할 계획이 없고 당분간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미국의 태도 변화에는 중국 변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군은 이번 훈련의 구역을 통상 연합해상훈련을 벌이는 전북 군산시 앞바다가 아니라 해군 2함대사령부가 있는 경기 평택시 부근까지 북쪽으로 확장했다. 북한에게 최대한 위협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양국의 대규모 해상 전력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이곳에서 벌일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항공모함까지 투입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앞서 2일 중국이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방중 제의를 거절한 것도 연합해상훈련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여러모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미국으로서는 불필요한 마찰을 어떻게든 줄이고 싶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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