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동력이 최대 경쟁력인 중국 노동 시장에서 지난주부터 잇따른 임금 인상이 발표되면서 외자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 이전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4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중국 노동시장의 임금 인상으로 중국 내 외자기업들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의 무한 공급'을 기반으로 한 생산 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실제 지난달 31일 일본 혼다자동차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 중인 광둥성 포산 공장 근로자들에게 임금 24%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어 2일에는 직원들의 잇단 투신자살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대만 혼하이정밀의 중국 내 자회사 팍스콘도 직원 임금을 30% 인상키로 했다. 베이징시 또한 4일 현재 800위안인 월 최저임금을 오는 7월부터 960위안으로 20%올리기로 결정했고,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잇단 임금 인상은 노동 경쟁력 감소 효과를 낳아 중국 내 외자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 전문가에 따르면 팍스콘은 임금 30%를 인상함으로써 올해 회사 이익이 20%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FT는 "가뜩이나 젊은이들의 신규 노동 시장 유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말을 잘 듣지도 않는 고집 센 노동자들에게 임금마저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때문에 몇몇 기업들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하는 방편도 모색하고 있다. 2년 전 최저임금이 420위안이던 안후이성에서 생산을 시작했던 컴퓨터 부품 업체 델타일렉트로닉스는 그간 이곳 임금이 2배 이상 오르자 최저임금 700위안인 장수성으로 최근 공장을 옮겼다. 전자부품 업체 플렉스토로닉스 역시 임금이 싼 장시성에 또 다른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반면 일부 업체들은 임금인상이 숙련된 노동자들의 이ㆍ퇴직 가능성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중국 시장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며, 동부 해안 지역에 밀집된 유리한 공장 조건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시 야우 홍콩무역개발위원회 차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노동자의 숙련도와 밀집한 산업 인프라는 임금 상승이라는 불이익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FT는 이날 사설을 통해 "임금 인상 시위는 중국 해안 공업 지대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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