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뉴스를 조작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수집한 정보를 보고하는 스파이 행위까지 한다는 사실을 중국 고위 언론인이 자랑스럽게 떠벌려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한 고위관계자가 지난달 15일 톈진(天津)외대에서 언론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속보를 다루기 위한 언론관행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03년 10월 전 중국인을 흥분시킨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의 귀환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양리웨이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면서 엄청난 압력을 받아 입술이 터지고 상처가 나 착륙했을 때 얼굴이 피범벅 상태였지만 관계자들이 깨끗하게 닦은 뒤 다시 착륙선에 태워 처음 문을 연 것처럼 연출했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하고, 중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주기 위해 흠 하나 없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강연에 참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학생이 최근 인터넷에 올리면서 외부에 알려졌고, 급기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 이를 “신화통신이 중국언론의 뉴스조작을 인정했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NYT는 “강연을 통해 중국 미래의 언론인들은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이 특정 사안을 (독자가 아니라) 중국 지도부에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과 대중들이 공산당을 지지하도록 사실을 교묘히 조작하는 이중적 임무를 맡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비꼬았다.
이 간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화통신이 지난해 위구르 폭동사태를 취재하면서 시위대가 강간하고 아이들을 참수하는 모습을 촬영했으나, 정부에만 보고하고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언론이 정부를 위해 정보 수집ㆍ보고 역할을 인정한 셈이다.
중국 전문가인 샤오치앙 UC버클리대 부교수는 NYT에 “시아린의 발언은 사회 안정이라는 목적 아래 뉴스 조작이 정당화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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