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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론몰이 선거는 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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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여론몰이 선거는 투기다

입력
2010.06.0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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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이상한 선거였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 이후 북풍을 조장한 점이 크다. 그 영향을 받아 초반과 중반은 물론이고 종반에도 여당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여당이 큰 차이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개표결과는 많이 달랐다. 서울과 인천에서 야당은 좋은 성적을 냈고, 경기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막판에 여론은 급변한 셈이다. 특히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자, 민심은 선거 직전에 급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 여론조사는 이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게임 룰 없는 후보 단일화

여론은 물론 급변할 수 있다. 선거 직전 국내 및 국제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선거 하루 전까지도 여론 예측은 여론의 변화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 여론조사를 근거로 후보를 단일화한 경우가 많았는데, 제대로 잡히지 않는 여론을 근거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 과연 대의민주주의에서 바람직한 일일까?

물론 야권이 힘을 모아 후보를 단일화한 것은 잘한 일이고, 반MB 단일화 전략도 최종적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은 극적인 효과도 만들었지만, 동시에 위태위태한 게임을 연상시켰다. 유시민과 김진표의 단일화 는 아주 근소한 여론 차이가 승부를 결정했다. 지지율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막판에 사퇴하고 유시민에게 힘을 보태주었는데, 그것은 진보신당 내부에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충분히 나올 만한 비판이며, 앞으로도 이 분열은 진보신당을 괴롭힐 것이다. 진보신당은 비교적 흔쾌히 단일화에 찬성한 민노당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선거에서 정당들의 전략적 제휴는 가능하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근거로 단일화를 권장하고 강요하는 관행은, 이번 선거에서의 야권의 효과적인 연대와 분리해서, 그리고 여당을 비판하는 나의 개인적 성향과 분리하여, 진지하게 성찰할 대상이다. 애초에 프랑스와 같은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이런 임의적인 방식의 후보 단일화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 정당이 1차적으로 각자의 정책을 놓고 경쟁한 후에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을 치르는 방식이 인위적으로 후보들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현재 한국은 지방의회 차원에서만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 있는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변덕스런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혼란이 반복될 것이다.

결국 결선투표제 같은 제도적 장치의 부재가 여론조사에 편의적으로 호소하는 찌질한 선거를 만든다. 그 결과 한국 정치는 점점 게임을 닮는다. 게임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국의 선거 게임에는 게임의 룰도 별로 없다. 그때그때 변하고 요동치는 여론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니 여론조작도 생기기 쉽고, 그 와중에 대의민주주의의 장점인 정당정치는 일종의 투기가 된다.

선거제도 통한 합리적 경쟁을

선거를 통한 경쟁 방식을 지금보다 훨씬 공정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예측하기 힘들고 변덕스런 여론조사를 근거로 후보들을 단일화하는 일도 신중하게 해야 하며, 정권을 심판한다며 무리하게 정당들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선거 국면에서 시민사회 대표들이 그 일을 시도했었다. 진보 언론들은 시민단체의 단일화 노력을 대부분 긍정적으로 보도했지만, 사실 '시민대표'가 단일화를 요구하는 일은 여러 점에서 우스꽝스럽다. 그것이 운동권 방식의 무모한 세력 결집을 연상시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거제도를 통한 합리적인 경쟁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여론몰이를 통한 선거는 가뜩이나 투기적인 사회에서 선거까지 투기로 만든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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