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총리 취임이 유력한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는 지난해 선거 공약에 기초한 기존 하토야마(鳩山) 정권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전망이다. 한일관계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원문제 등으로 실현에 어려움을 겪는 자녀수당 등 일부 공약은 수정이 예상된다.
간 부총리의 총리 취임에 변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민주당 내 최대 세력인 오자와(小澤) 그룹이 3일 늦게 '자율투표'를 선언했다.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간 부총리로 안 된다"며 역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중의원 환경위원장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이 오자와 간사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면 자율투표라 해도 다루토코 의원과 간 부총리의 표 대결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하지만 다루토코 의원은 지명도에서 간 부총리에 현격히 떨어지는 데다 3일까지 공개 지지를 표명한 의원표를 셈해 봐도 뒤지고 있다.
간 부총리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주목되는 것은 민주당 최대 세력을 이끄는 오자와 간사장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오키나와(沖繩) 주민 등의 거센 반대에 직면한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정국을 안정시킬지다.
간 부총리는 하토야마 총리와 함께 1996년 민주당을 창당해 공동대표를 지낸 민주당 창당 주역이다. 지난해 민주당의 정권교체 후에는 개혁사령부라고 할 수 있는 국가전략담당장관을 지낸 뒤 재무장관을 맡고 있다. 일본사회당 탈당세력이 결집한 사회민주연합으로 처음 국회에 진출해 개혁성향이 강하면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간 부총리가 총리가 되면 자민당 일당 지배가 시작된 1955년 이후 무라야마(村山) 사회당 당수를 제외하고 자민당에 뿌리를 두지 않은 유일한 총리가 된다. '한일의원연맹' 소속이면서 '민주당 일한의원교류위원회' '북일 국교정상화추진 의원연맹' 고문을 맡아 한일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새 정권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은 간사장에서 물러나지만 여전히 민주당을 좌우할 영향력을 지닌 오자와씨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다. 간 부총리는 지금까지 오자와씨와 가깝지도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은 사이였다. 3일 경선 출마 표명 기자회견에서는 오자와 간사장에 대해 "당분간 조용히 있어주면 한다"고 말했지만 향후 정국 운영에 도움을 청할 필요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당 대표 경선에서 간 부총리에게 표를 몰아준 유력 총리 후보들이 한결같이 "오자와 영향력 배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자칫 친오자와로 비칠 경우 당내 분란을 피하기 어렵다.
하토야마 총리를 퇴진으로 내몰고 간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도 중대 현안이다. 민주당으로선 7월로 닥친 참의원 선거는 물론 국회 운영에서 사민당의 협력이 필수다. 하지만 연정을 이탈한 사민당 당수는 복귀 조건으로 "(헤노코 이전을 명기한)미일공동성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일 합의 재수정 가능성은 현재로는 '제로'다. 민주당 정부는 더 이상 후텐마 문제로 미일관계를 혼란스럽게 할 뜻이 없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 역시 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관방장관이 '후텐마 기지에 관한 미일공동성명은 정부간 합의이고 다음 정권에서도 존중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우리도 같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해 후텐마 재협상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하토야마 정권에서 후텐마 문제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았던 간 부총리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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