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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15> 평택요가 수련원장 성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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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15> 평택요가 수련원장 성낙봉

입력
2010.06.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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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2006년 위기를 맞았다. 1995년 무렵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경영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1,000명에 가까운 임직원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성낙봉(53) 평택요가수련원장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20여 년 간 몸 담았던 회사는 쌍용자동차. 물류팀과 경영기획팀을 거쳐 출고사무소장으로 일했다.

"첫 직장이 어려워지는 걸 지켜봐야 하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거기서 젊음을 보냈고, 가정을 꾸렸고, 능력을 키웠는데…. 남아 있는 동료들이 힘들어한다는 얘길 들으면 지금도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파요."

성 원장이 당시 퇴사를 결심한 데는 비단 회사 사정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시기라는 생각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명예퇴직은 곧 회사원에서 요가 전문가로 변신하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회사원 투잡족 그리고 변신

사실 명예퇴직 직전까지 성 원장은 '투 잡'을 하고 있었다. 고향인 경기 평택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2004년 2월 집 근처에 작은 요가수련원을 열고 직접 운영하던 중이었다. 2000년 함께 요가지도자자격증을 딴 딸이 수련원에서 아침과 낮에 요가를 가르쳤고, 새벽과 저녁엔 성 원장이 교대했다.

"월말이면 특히 힘들었죠. 결산에 실적관리에 밤을 꼬박 새우고도 수련원에 나와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다음 인생을 위해 뭔가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잘 버텼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학문으로서 요가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졌다. 2005년 원광디지털대 요가명상학과에 편입했다. 당시 사이버대학으론 유일하게 요가 관련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학교였다. 온라인 강의로 시공간에 제약 없이 틈틈이 공부했고 실습도 병행하며 다른 요가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회사에서 명예퇴직 신청을 받던 즈음 학교에서 인도로 직접 가 국제요가지도자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연수 기회를 얻었어요. 기왕 요가에 입문했으니 국내에서 받을 수 없는 정통 요가교육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명예퇴직을 선택한 성 원장은 그 길로 인도로 떠났다. 물론 동료들은 말렸다. 오히려 성 원장이 동료들을 설득했다. 지금 그만두는 게 회사에게도 자신에게도 보탬이 되는 길일 거라고.

힌두대와 티베트대 등을 방문하는 동안 성 원장은 요가의 전통과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때 얻은 지식과 경험이 아직까지도 수련원에서 하는 강의에 고스란히 배어 나오고 있다.

학습기, 가주기, 그리고 향유기

"회사를 나올 때 딸도 이미 성인이 된 상황이라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그만하면 다 했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내 삶을 즐겨야 할 때가 왔다 싶었죠. 그러면서 몸이 아프거나 살을 빼려는 분들을 도와줄 수도 있으니 요가 전문가로 변신하는 게 베푸는 삶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어요."

성 원장은 삶의 여정이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고 본다. 첫 번째는 태어나서 성장하는 학습기, 두 번째는 가정에서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가주(家主)기, 세 번째는 삶의 질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향유기라는 것. 인생의 가주기 때 향유기를 충분히 준비해둬야 한다는 게 성 원장의 신념이다. 삶의 마지막 여정인 향유기를 위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찾되, 타인이나 사회에도 유익한 일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회사는 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죠.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이 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아(에고)가 중심이에요. 요가는 반대입니다. 요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아를 버리는 거니까요. 마음의 벽을 허물고 남을 도우면서 내 건강도 찾고 행복도 추구하는 거죠."

처음 요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 자신도 아팠기 때문이다. 힘든 회사생활에 운동까지 심하게 한 탓에 허리에 무리가 갔다. 이 때문에 시작한 요가는 어릴 때부터 걷고 생각하는 걸 유달리 좋아했던 성 원장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평택 시내 한 상가 건물에 자리한 성 원장의 수련원은 규모도 인테리어도 단출하다. "직장생활하며 모아둔 돈으로 최소한의 비용만 들여 만들었다"는 작은 수련원에서 성 원장은 이제 인생 향유기의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큰 돈 벌 생각 전혀 없어요. 우리 수련원만의 요가 체계를 만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 꿈입니다."

좀더 깊이 있는 요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 성 원장은 최근 대전대학원 대체의학과에 들어갔다. 1주일에 이틀은 밤 11시까지 수업을 듣고 새벽 2시에 집에 왔다 4시간 뒤 다시 수련원에 요가를 가르치러 나온다. 그래도 피곤한 줄 모른단다. 이게 제2의 인생을 향유하는 그만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 "동작 따라하기는 명상의 기초 단계일 뿐"

요가라고 하면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어려운 동작이나 스트레칭을 하는 간단한 운동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성낙봉 평택요가수련원장은 바로 이런 생각이 요가에 대한 가장 큰 오해라고 잘라 말한다.

"물론 난이도가 높은 동작도 많죠. 하지만 동작이 전부가 아닙니다. 동작은 숨길을 터주는 호흡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의 기초 단계일 뿐이에요."

진짜 요가를 알려면 동작을 익히는 데서 멈추지 말고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인도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알려진 요가는 역사가 4,500년이 넘는단다.

"한국에 들어온 요가는 아직 역사가 짧고 체계적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나마 2000년대 초반까진 몇몇 연예인들 덕인지 한동안 붐이 일었고 호기심으로라도 요가를 해보려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수요층이 크게 줄었죠. 정말 요가가 필요한 사람은 사실 요즘 찾아오는 분들이에요. 몸이나 마음이 건강해지려고들 오시니까요."

요가를 배우려는 사람 중에 남성은 많지 않다. 남성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성 원장은 "단순히 동작을 따라 하는 걸 넘어서 호흡이나 명상처럼 깊은 단계까지 가면 오히려 남성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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