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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근상 신임 대한성공회 의장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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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근상 신임 대한성공회 의장주교

입력
2010.06.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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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교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채찍 같은 질문 하나. "이 땅에 예수가 다시 온다면?"

100여년 전 도스토예프스키가 에서 던진 충격적 대답은 교회가 오히려 재림한 예수를 가둬 "왜 우리를 방해하러 왔냐"고 따지며 내쫓는다는 것. 교회의 초심과 그 변질을 겨냥하고 있는 이 물음은 지금 교계에도 여전히 유효한, 고통스런 추궁일지 모른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2일 만난 김근상(58) 신임 의장주교도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예수님이 지금 이 땅에 오셔서 우리 교회들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요?"

앞으로 2년 간 대한성공회를 이끌게 된 수장으로서의 포부나 계획을 묻자 돌아온 대답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우리가 정말 예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교회로 자리잡으려고 애썼나, 남들이 받는 핍박을 대신 받는 교회가 되려고 했는가, 그것을 반성하면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교회 초심에 대한 끊임없는 되새김인 셈이다.

대한성공회가 그간 일궈낸 일들을 생각하면 그의 말은 지나친 자책 내지 겸손의 측면도 없지 않다. 신도 5만명 수준인 성공회는 규모 면에선 소수 교단일지 모르나, 사회적 역할은 어느 대형 교단 못지않다. 굳이 국내 학계에서 진보의 요람으로 성장한 성공회대를 들지 않더라도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는 노숙인 인문학 강좌 개설이나 노숙인 사회적기업 창설 등으로 노숙인 자립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푸드뱅크'는 빈곤계층에 대한 음식 나누기 사업을 국내 처음 도입해 정착시켰으며, '나눔의 집'은 도시 재개발지역의 빈민 자활 사업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이쯤 되면 교세 확장에 좀더 신경 쓸 법도 한데, 김 주교는 "120년 역사 동안 우리 선배들이 숫자 늘리기 식의 고민을 한 적은 없었다"며 "우리가 제대로 된 교회를 추구한다면 언젠가 그 결실을 하느님이 채워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으리으리한 성전 짓기에 몰두하는 요즘 교회에 대한 질타도 깔려 있다. "예수님이 한번도 예루살렘 성전을 예쁘다고 하신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화를 내고 분노하셨죠. 성전이 싫어서라 아니라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일 텐데, 예수님이 요즘 몇백억원씩 들여 지은 교회를 보시면 '내 대신 너희들이 잘하고 있다'고 하실까요?"

김 주교가 각종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교회의 역할에 대한 신념이 그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1980년 사제 서품을 받고 2008년 1월 서울교구장(주교)에 오른 그는 최근 4대강 사업 반대를 비롯해 각종 NGO 활동과 통일운동, 종교간 대화 운동 등을 활발히 펼쳐온 성공회의 대표적 얼굴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를 두고 "성공회의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가 신뢰하는 지도자"라 해도 입발린 소리는 아닐 것 같다. 의장주교가 된 것이나 2년 전 주교에 오른 것도 성직자와 평신도의 투표에 의해서였다. 지난 1일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대한성공회 전국의회에서 그는 61명의 성직자 대의원 중 31표, 50명의 평신도 대의원 중 27표 등 양원에서 모두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재투표 없이 선출됐다.

진보성이나 포용력,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성공회의 남다른 특성을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가 바로 교회의 민주적 운영 제도다. 성공회의 교회법규나 각종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곳이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참여하는 의회로, 개별 교회에서 교구 단위까지 성공회를 이끄는 중추적 기구다.

최근 성공회의 동성애 성직자 문제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성공회는 이 문제도 교회의 민주적 운영제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여긴다. 지난달 미국 성공회에서 레즈비언 여사제가 부주교에 올라 논란을 일으켰지만, 미국 성공회의 성직자와 평신도들은 의회에서 투표로 적법하게 선출다는 입장이다. 동성애에 대한 입장마저 각 나라 교회별로 구성원의 결정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대한성공회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동성애나 동성애 성직자를 반대하지만 다른 나라 의회에서 결정을 하면 그것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위일체 등 신앙의 핵심을 공유한다면, 그 틀 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김 주교는 "사실 국내에서는 동성애 성직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는데, '내 문제'가 될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동성애를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소수자의 측면에서 그들이 쓸데없이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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