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승 제물로 점 찍은 그리스가 또 다시 신통찮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오토 레하겔 감독이 이끄는 그리스는 3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스위스 빈터투어 슈타디온 쉬첸비세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졸전 끝에 0-2로 완패했다. 지난달 26일 북한전(2-2)과 마찬가지로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공수에 걸쳐 조직력에 결함을 드러냈다. 평가전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꺾을 수 있는 상대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황소걸음 포백 라인
튼튼한 수비를 바탕으로 안정된 경기를 펼치며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것이 그리스 축구의 전통적인 색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파라과이의 스피드에 눌려 시종 고전했다.
로케 산타크루스(맨체스터 시티)와 루카스 바리오스(도르트문트)를 선봉에 세운 파라과이의 초반 맹공에 그리스는 옴짝달싹 못했다. 그리스는 파라과이의 날카로운 중앙 돌파에 두 차례나 결정적인 위기를 맞은 끝에 전반 9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든 산타크루스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것을 엔리케 베라(키토)가 가볍게 차 넣었다.
우왕좌왕하던 그리스 수비진은 전반 25분 추가골을 내줬다. 미드필드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산타크루스가 헤딩슛한 것이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뒤따르던 바리오스가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파라과이의 낮고 빠른 패스와 공간 침투에 체격 조건이 좋지만 스피드가 처지는 그리스 수비수들은 시종 쩔쩔맸다.
게걸음 스리톱
주포 테오파니스 게카스(헤르타 베를린)는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다. 판텔리스 카페타노스(부쿠레슈티)가 대신 최전방에 나섰고 '신성'소티리스 니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프리 롤'을 부여 받고 전방위로 움직였다.
그리스 공격진은 좀처럼 상대 문전으로 파고 들지 못한 채 겉돌았다. 전반 33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만든 찬스에서 디미트리오스 살핀기디스(테살로니키)가 골네트를 갈랐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미드필드에서 전방으로 볼 투입이 원활하지 못하자 중거리 슈팅을 난사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중앙 미드필더 알렉산드로스 치올리스(시에나)의 중거리포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치올리스는 비록 골 네트를 가르지 못했지만 파워와 정확도를 겸비한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세 차례나 날렸다.
양면성을 보인 세트 피스
그리스는 북한전에서 프리킥 찬스를 활용해 두 골을 뽑아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그리스의 위력적인 세트 피스 공격력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파라과이전에서 그리스의 가장 좋은 득점 기회도 코너킥 상황에서 연출됐다. 전반 41분 니니스의 크로스를 게오르기스 사마라스(셀틱)가 헤딩슛한 것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이를 제외한 프리킥, 코너킥 기회에서는 날카로움을 보이지 못했다. 전반에는 니니스, 후반에는 교체 투입된 게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세트 피스 전담 키커로 나섰다. 이들의 발 끝을 떠난 공은 번번이 파라과이 수비벽에 걸렸다.
특히 북한전에서 두 골의 발판을 만든 카라구니스의 킥은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빈터투어(스위스)=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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