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여년 동안 미국의 절친한 ‘중동 파트너’였던 터키가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 구소련의 서유럽 진출을 막아주는 완충지대로,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역할을 다하며 미국을 도왔던 터키가 더 이상 미국의 이해관계에 억지로 따르려 하지 않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일 인터넷 판 보도에서 “최근 이란 핵 물질 반출 합의와 이스라엘 구호선단 공격 대응을 지켜보면 터키가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이미지를 버리고 ‘전략적 경쟁자’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는 아프간전 개전 당시인 2001년 어떤 우방보다 빨리 군대 파병을 약속하고 실천해 미국 최고의 파트너로서 제 할 일을 다했다. 그러했던 터키가 오바마 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나면서 국제사회에서 독단적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더 이상 미국에 기대지 않는 외교를 펼치기 시작했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의도에 반하면서 핵 물질 반출 합의에 나선 사실을 볼 때 터키가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경쟁하려는 의도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며 “과거 미국의 약소 파트너에 불과했던 터키가 이제 완전히 성장해 게임의 정식 참가자로 한 몫을 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터키 정부가 이스라엘의 구호선단 공격에 대해 “이 살인은 이스라엘 정부가 벌인 일”이라 비난한 성명을 보더라도, 미국의 이해에 충실했던 터키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스라엘을 뚜렷이 비난하지 못하는 미국의 입장을 잘 알면서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것으로 봐서 터키는 이제 미국의 고분고분한 동반자가 아닌 것은 분명해졌다.
포린폴리시는 “구호선단 공격에 대한 터키의 민감한 반응은 자칫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하마스를 감싸 안는 것처럼 비친다”며 “그럼에도 터키는 계속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강조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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