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2일 현재 유럽을 휘감고 있는 재정 위기와 관련해 유럽 정치인과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 위기는 세계화한 경제에 의해 촉발된 사고가 아니라 정치적 실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슈피겔은 우선 과거 유럽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금융 시장 자유화를 외쳐대면서 결국 어떠한 통제도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은 또 유로존 내 각국 경제들의 격차가 벌어질 때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재정을 축내 지금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만들어냈다. 유럽 지도자들은 2008년 하반기 세계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함께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지금 실질적으로 취해진 조치는 많지 않다는 게 슈피겔의 분석이다. 정치인들은 당시 자못 심각한 척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빚만 늘었다. 슈피겔은 “이제 와서 이들은 재정 적자가 악의 근원이며, 이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영웅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의 순간에 유럽의 지도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유럽 리더십의 중요한 축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수 많은 질문들에 대해 정 반대의 답변을 내놓고 있거나 아예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양국 지도자는 해결책에 대한 인식이 다를 뿐 아니라 일을 하는 스타일조차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 상황을 어렵게 한다. 슈피겔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너무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극단적 자기중심주의자인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불평만 늘어놓고 행동은 망설이는 성격”이라고 진단했다.
지도력의 공백 속에 유럽 각국은 제 살길을 찾는 데 열심이다. 독일 연정 일원인 기독사회당(CSU)의 만프레드 베버 의원은 “사람들은 자국 내에서 자신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진정한 ‘유럽인’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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