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전문가가 서울 교육의 수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게 됐다. 주인공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당선된 곽노현(56)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다. 진보적 법학자로 잘 알려진 그는 동시에 인권전문가이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연대 등 사회단체에서 활동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곽 당선자가 교육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따지고보면 인권 때문이었다.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내놔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만든 장본인이 곽 당선자다. 두발 자율화, 자율학습 선택권 보장 등이 골자인 학생인권조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학교 현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면서 학교 교육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의 추천으로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었고, 경선을 거쳐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경선 과정에서 박명기(서울교대 교수), 이삼열(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후보가 불복해 '반쪽 단일화' 시비에 한때 휘말리기도 했지만 두 후보가 선거 직전 사퇴하면서 오히려 지지도 상승에 탄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단일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고 회상했다. 곽 당선자는 그러면서 "단일화 과정이 가장 힘들었지만 진보 진영의 건강함과 성숙함을 확인한 계기가 됐으며, 끝까지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게 된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선거 중반까진 낮은 인지도 때문에 고전했으나 보수 후보의 난립과 진보 성향의 조직표들이 결집하면서 판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말 서울 일부지역에서 곽 당선자의 선거 공보물 4,000여부의 발송이 누락돼 관권 선거 논란이 제기된 것도 지지자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진보 후보 답게 '한 명의 학생도 낙오하지 않는 책임 교육'을 강조한 그는 "한 줄 세우기식 경쟁 교육은 곤란하며, 과정 중심의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해 창의성ㆍ인성ㆍ적성 교육을 전면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곽 당선자는 공약대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와 혁신학교 300곳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학급당 학생수를 확 줄이고, 우수 교사들을 낙후 지역에 우선 배치하며, 일대일 맞춤교육의 시행을 통해 혁신학교를 공교육 혁신의 구체적인 모델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실천할 전망이다.
그는 경기고, 서울법대를 나온 엘리트지만 정작 엘리트 교육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자율고)가 상위권 학생을 싹쓸이해 일반고와 전문계고가 슬럼화하고 있고 현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교육계 주변에서는 곽 당선자가 자율고 및 특목고를 확대하지 않는 대신 강남ㆍ북간 교육격차 해소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되면 자율고 확대를 통한 고교다양화 정책을 추진중인 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 출신으로 의사인 정희정(56)씨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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