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가 또 바뀐다.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해 반세기여만에 자민당 일당 지배체제를 무너뜨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정권 출범 8개월여만이다. 지도부의 정치자금 논란에다 미군 기지 이전 등 공약 실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부풀었던 일본 국민의 기대가 순식간에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는 2일 민주당 중ㆍ참 양원 의원 임시총회에서 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의 오키나와(沖繩)현외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과 자신의 정치자금문제를 들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다음 중의원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며 정계은퇴 의사도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역시 정치자금문제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민주당 실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에게도 "책임 지고 물러나 더 깨끗한 민주당을 만들자"고 말해 총회 직후 오자와 간사장도 물러난다며 동반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자민당식 이권 정치를 종식하고 정치 주도형 개혁을 표방한 하토야마 정권의 단명에는 총리 자신과 오자와 간사장을 둘러싸고 연이어 터져 나온 정치자금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총리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모친에게서 받은 거액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비서가 기소됐다. 오자와 간사장은 건설업체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 문제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결정적인 이유는 하토야마 총리가 후텐마 기지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민당이 연정을 탈퇴하고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 7월 참의원 선거 대패를 우려한 당내의 퇴진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4일 양원 의원 총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후 국회 총리지명선거가 열리면 중의원 다수인 민주당 대표가 총리로 선출된다. 새 내각은 이르면 4일께 바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에는 현 부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재무장관 등이 유력시되고 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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