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사실상 참패와 민주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 세 곳만 내주고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이번에 수도권 세 곳 가운데 경기에서 초반에 승세를 굳혔을 뿐, 인천에서 패하고 서울에서는 한 치 앞도 점치기 어려운 박빙의 접전을 거듭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따른 '북풍'이 수도권 표심에 미쳤을 영향을 감안하면 최종 승패와 무관하게 이미 여당의 체면은 구길 대로 구겨졌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으로 충청권에서 득표력이 크게 후퇴, 대전과 충남에서는 일찌감치 패배가 확정되고 충북에서 엎치락뒤치락한 것도 뼈아프다. 전통적 강세지역인 경남과 강원에서의 고배까지 합치면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이어졌던 압도적 지지 분위기와의 거리는 아득해졌다. 집권당에 참패를 안겼던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 패배의 심각성이 덜하다고 자위하고 넘어가기도 어렵다. 특히 전승을 기록했던 서울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참패, 야당에 많은 자리를 넘긴 것은 바닥 민심의 분명한 경고음이 아닐 수 없다.
무소속 김두관 후보나 각 광역단체에서 선전한 민주당 후보들이 노무현 전대통령 계열을 축으로 짜여졌다는 데서 확인된 '노풍'의 위력도 여당과 청와대에 부담을 지웠다. 경남과 강원 등에서의 '노풍'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중립' 자세를 배경으로 위력이 커졌다는 관측도 눈길을 끈다. 정부ㆍ여당이 민심은 물론 '당심'조차 절반은 챙기지 못한 증거로, 심각한 자성과 정치 방식의 변화 요구가 제기된 것과 다름없다. 한나라당 주류와 청와대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민주당이 '북풍'을 꺾고 선전했다고 선거결과를 반기고 있을 수만도 없다. 우선 역대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번번이 대승을 기록했던 데 비해 이번 승리는 크기가 한참 작다. 그 승리 또한 민주당이나 지도부의 득표력에 기대기보다는 '노풍'에 의존한 바 크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다. 더욱이 수도권은 물론이고 강원을 비롯한 취약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예상을 크게 웃도는 승리를 기록하고도, 전국적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해 수권정당의 앞길에 가로놓인 걸림돌을 확인한 것도 고민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해묵은 고질병 일부는 고쳐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역정치의 실상이 한결 뚜렷해진 것은 정치권 모두가 우려해 마땅하다. 여야 할 것 없이 후보 공천 과정이 들쭉날쭉한 것에 대해서도 왜 선거 때마다 공천의 기본원칙이 바뀌어야 하는지도 납득할 만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나마 투표율 저하 추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고무적이다. 잠정 집계결과 투표율은 55%에 육박했다. 18대 총선의 46.1%, 지방선거에서의 48.9%(2002년), 51.6%(2006년)를 크게 넘어섰다. 선거전 막판 각 후보 진영의 득표 노력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젊은 층이 '표로 말하겠다'는 유권자 의식을 끌어올린 결과라서 반갑다.
선거는 끝났다. 대신 정부ㆍ여당은 통합과 소통의 정치에 공을 들이고, 야당은 더욱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라는 민심의 주문이 남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