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요란한 '잔치'는 끝났습니다. 잔치의 식상한 메뉴는 늘 이렇지요. 점점 커져가는 대형 현수막과 그 속에서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인 양 웃고 있는 얼굴. 길거리마다 빼곡하게 걸린 생면부지의 이름들. 더 이상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지 않는 형형색색의 긴 선거벽보판.
길바닥에 살포된 하늘의 별보다 많은 명함. 명함 속 얼굴에 찍힌 발자국. 두툼해서 다 읽기도 힘든 선거공보물. 골목골목 찾아와 절규하는 유세차량 확성기 소리. 무시로 날아드는 휴대폰 문자. 쏟아지는 선거메일. 공공연한 유언비어. 은밀한 거래. 유행가를 개사한 싸구려 선거 로고송에 맞춰 길거리에서 밤늦게까지 춤을 추는 선거운동원들.
지원유세라며 중앙당에서 우르르 내려온 반갑지 않은 정치인들이 쏟아내던 말, 말, 요란한 말과 당당한 거짓말. 당장 신세계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마술 같은 공약. 무조건 고개를 숙이는 불편한 인사와 느닷없이 손을 잡는 억지 악수. 인터넷을 켜면 그곳까지 찾아와 내미는 지겨운 얼굴.
TV 속에는 같은 색깔의 넥타이를 매고 나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토론. 토론이 아닌 비방과 제 자랑. 늘 이런 식의 잔치에 공개적인 비용만 8,200억원을 썼다지요. 비공개적인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그 3배 이상은 더 들어갔을 잔치. 당신은 즐거웠나요?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나요?'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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