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0시30분까지의 개표상황을 바탕으로 판세를 종합하면 '여당고전'과 '야당선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일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 발표 이후 '대체로 한나라당이 우세하고 민주당은 고전할 것'이란 그간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런 선거결과가 나온 것은 먼저 정권 견제심리의 막판 부상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당초에는 천안함 이슈에 가려 '정권 심판론'이 희석됐다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선거막판 민심이 '국정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의 대결 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안정론보다는 심판론쪽으로 유권자들의 무게추가 조금씩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해 야권이 당초 예상보다 약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27일 이전 마지막 조사결과가 한나라당의 전반적 우세로 보도되자, 정권견제 심리가 더욱 크게 발동하면서 야당 지지층의 결집이 공고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천안함발 '북풍'으로 인해 보수층도 결집했지만 이에 대한 역풍이 생각 외로 거셌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비슷한 맥락에서 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젊은 층은 대개 진보 성향이 짙지만 투표율은 낮았다. 그러나 지방선거 사상 두번째로 투표율이 높았던 이번 선거에선 젊은 층들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투표장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여러 지역의 선거결과에서 강세를 보인 이유중 하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5월23일)를 계기로 확산되던 '노풍'도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됐다. '좌희정, 우광재'로 통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와,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가 예측을 뒤집고 이 시각 현재 각각 여당 후보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보면 야당의 주장처럼 현 정부 하에선 야당 지지를 밝히지 않는 '10%의 숨은 표'가 실재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다만 야당 성적표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거뒀던 대승에 비하면 파괴력이 덜한 편이다. 경기에서 '유시민 바람'을 꺾고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선전한 점 등에 비춰볼 때 국정 안정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리도 상당 부분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충청에선 단연 세종시 문제가 핵심 변수였다.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한 한나라당은 4년 전 선거에서 충남과 충북, 대전 등 3곳을 모두 싹쓸이했지만, 이번엔 충남과 대전에서 고전하고 충북에선 민주당 이시종 후보에게 근소한 표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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