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 드러난 제도상 문제점
이번에 치러진 교육감ㆍ교육의원 선거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교육 자치라는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교육감ㆍ교육의원 투표가 유권자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지다 보니 '묻지마 선거'로 전락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정당공천이 배제된 두 선거 모두 투표용지에 정당 표시 없이 후보 이름만 기재돼 있어 "사실상 '깜깜이 투표'를 했다"는 유권자의 고백이 줄을 이었다.
또 교육감ㆍ교육의원 선거에선 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하기 때문에 1번이나 2번처럼 투표용지 위쪽에 이름을 올리는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와 번호로 당락이 좌우되는 '로또 선거'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다만 교육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는 시도 광역의회 소속으로 바뀌기 때문에 별도 선거를 치르지 않아 교육의원 선거 혼선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정당공천 배제'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지적도 많다. 가령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나뉜 교육감, 교육의원 후보자들은 기존 정당의 상징색과 유사한 색채의 선거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만들어 사실상 정파색을 드러냈다. 정당 관계자들도 유세 현장에서 찬조연설만 하지 않았을 뿐 후보자 옆에 서 있는 방식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교육감의 법적 선거비용 한도액이 서울 39억원, 경기도는 41억원에 달해 고비용 문제도 자주 거론됐다. 이와 함께 교육은 전문적인 분야인데, 전문성 검증이 시끄러운 거리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교육감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선책으로는 교육감과 시ㆍ도지사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는 안과, 광역단체장이 교육감을 직접 임명하는 안, 교육감 선거를 분리하는 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권혁주 교수는 "교육감은 광역단체장이 임명하되, 교육의원은 주민 직선으로 뽑아 교육행정을 견제ㆍ감시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정치학)는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책 노선이 다르면 갈등을 수반하고, 현재 교육감이 특정 정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상 최초로 8번 투표로 유권자들의 혼란이 어느 때보다 극심했던 터라,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도 다시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선 "지방선거에 중앙정치가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폐단이 적지 않다"는 폐지론과 "정당공천제가 일정한 사전 검증장치 역할을 하고 있고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다"는 존치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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