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19세를 넘긴 새내기 유권자들이 2일 치러진 6ㆍ2지방선거에서 생애 첫 투표를 마쳤다. 투표 전 기대와 설렘은 투표 후 표를 던진 후보에 대한 책임감으로 변한 듯 했다. 김지연(21ㆍ상명대 경영학과) 심주희(20ㆍ경희대 생명과학부) 정겨울(20ㆍ연세대 국제학부) 주신영(20ㆍ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진단비(20ㆍ경복대 유아교육학과) 등 새내기 유권자 다섯 명에게 이번 선거에 대한 생각과 투표 소감을 들었다.
소중한 권리를 버릴 수 없었다
젊은이들이 선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을 받는 것과 달리 이들의 소신은 뚜렷했다.
주씨는 이날 오전 부모와 함께 서울 양천구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그는 "내가 뽑은 후보가 지역사회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니, 그 후보가 일을 못하면 내 책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정치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선출된 후보가 어떻게 정책을 이끌어 가는지 두고 볼 참"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20대를 위한 공약이 별로 없었다는 김씨는 "주변에서 첫 투표 경험이 다음 투표를 대하는 자세에 영향을 많이 준다는 얘길 듣고 나섰는데, 20대가 더 많이 투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첫 투표를 한 진씨도 "시험기간이라 공부나 과제 때문에 못 가는 친구도 일부 있었지만 처음 하는 거라 꼭 하고 싶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으로 선택했다
새내기 유권자들이 가장 꼼꼼히 따진 건 각 후보들의 현실성 있는 선거공약과 인성이었다. 챙기는 방법도 다양했다. 주로 인터넷과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를 참고했지만 친구와 가족간의 대화, 후보들의 TV토론도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심씨는 "먼저 후보자가 내세운 정책과 공약을 보고, 소속 정당 등도 유심히 살폈다"며 "특히 초등학교 무상급식과 같은 어린이 보육지원을 통해 보편적으로 많은 서민에게 복지혜택을 주려는 후보와 사회문제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비전을 내세우는 후보들 중 도덕적이고 청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개별 후보들을 일일이 살폈다. 그는 "20대 일자리 창출 등 젊은 층을 위한 공약이 있는지 여부 등을 따졌고, 특히 이력 등을 보고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일단 선거공보를 통해 각 후보가 세운 공약을 읽어보고, 부모님과도 천안함 사태 등 사회적인 이슈와 관련해 해당 후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나눴다. 투표소에 갈 때는 찍고 싶은 후보의 번호도 외워갔다"고 했다.
투표절차보다 후보검증이 어려웠다
이번 선거에서 전례 없는 '1인 8표' 투표를 체험한 새내기 유권자들은 생각보다 투표 절차는 까다롭지 않았지만 각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심씨는 "처음에는 여덟 표를 행사하는 게 당황스러웠지만, 미리 순서를 살폈던 만큼 차근차근 하니깐 의외로 쉬웠다"고 했다. 주씨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시ㆍ도의원, 광역단체장, 비례대표 등을 한 번에 뽑아야 해서 그런지 후보 한 명 한 명을 따져볼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선거공보에는 자신이 내세우는 공약에 관한 주장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나 현실화 가능성은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정씨)는 지적도 있었다.
톡톡 튀는 나이답게 투표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엿보였다. 진씨 등은 "요즘 시험이나 과제물 준비 등으로 투표를 뒷전으로 여기는 학생들을 모으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도 투표가 가능하게 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김혜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