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요? 부르텄다가 곪았다가 하다 보니 생긴 거예요. 제 인생의 흔적이죠."
2일 서울 압구정동 개인 연습실에서 만난 색소폰 연주자 김원용(57)씨의 아랫입술에는 주황빛 흉터가 굳은살로 박혀 있었다. 그것을 그는 '훈장'이라고 했다. 연주할 때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익숙해져서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44년간 무려 15만여 장에 이르는 대중음악 음반 제작에 색소폰으로 참여했다. 이미자, 나훈아, 남진, 심수봉 등 기라성 같은 원로 중견가수부터 토이 조성모 핑클 장윤정 등 1990~2000년대 등장한 신세대 스타들의 음반에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그들이 스타덤에 오를 때 그의 연주는 튼실한 노둣돌이었다. 그런 그가 색소폰을 들고 무대 한 가운데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4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사실상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중1때 밴드부에서 들은 감미로운 색소폰 음률에 매료됐어요." 그 때부터 매일 밤 늦게까지 입술이 터지고 곪을 때까지 연습하며 색소폰 한 우물만 팠다. 고1 때 한 악단의 오디션을 통과, 이듬해 당시 최고 스타였던 남진 밴드에 세션으로 참여하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78년에는 MBC 관현악단에 입단해 최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의 시그널 음악을 맡았고, 이후 방송 3사의 드라마, 영화 음악에도 참여했다. 그는 MBC 연기대상 연주부문 공로상(1991), 올해의 연주인상(2006) 등을 수상했다.
김씨는 가사 없이 강약을 조절해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색소폰의 매력이라고 했다. "스페인 출신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발라드 곡 'crazy'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감정을 젖게 하다가 간주에 나오는 색소폰 연주가 눈물을 쏟게 만들어요. 마치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려주는 것처럼요." 2004년부터는 독자적인 리메이크 앨범을 내기 시작했다. 5집 수록곡 '모닝'과 최근 발매된 6집 수록곡 '이유'(노래 장혜진)는 직접 작곡도 했다. 그는 "색소폰은 '뚜~'할 때처럼 단전에 힘이 들어가 배가 나오지 않아 건강에도 좋은 악기"라고 자랑했다.
김씨의 희망은 한국적 트로트에 색소폰 연주를 잘 접목해 세계에 알리겠다는 거다. 그는"연주를 잘하고 못하고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감탄보다는 감동을 일으키는 연주자가 좋은 연주자"라고 말했다. 케니G처럼, 한국의 음악으로 세계를 감동시키고 싶다는 거다.
김씨는 이번 공연에서 최고 연주자들과 함께 '동백아가씨' '목포의 눈물' 등 레퍼토리로, 우선 한국 팬들을 감동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인기 가수들의 음반에 색소폰을 연주하며 조연으로 살아 온 김원영씨. 그는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빛나는 법이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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