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표방하며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하는 등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던 하토야마(鳩山) 일본 총리의 2일 퇴진 표명 이후 한일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야당 시절부터 일본의 전쟁범죄 조사나 일본군 위안부 보상 법안 제출에 참여했던 하토야마 총리는 민주당 정권 출범을 전후해 “과거사를 직시한다” “과거사를 확실히 청산하기 위해 반성할 일은 반성하겠다”며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적이었다.
오자와(小澤) 간사장과 함께 재일동포 등 외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참정권 부여 법안 추진에도 긍정적이었고 위안부나 징용피해자 보상을 위한 전후보상 법안 처리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5일 예정된 도쿄(東京)대 현대한국연구센터 개소식에 흔쾌히 참석키로 했던 것이나 부인 미유키(幸) 여사와 함께 한국 드라마나 음식을 좋아하는 ‘한류팬’이라는 점을 은근히 과시해온 것도 한일관계 개선에 적잖은 긍정적 요소였다.
이 때문에 한일 외교 당국자, 특히 재일동포 사이에서는 지난해 민주당 정권 교체와 하토야마 총리 취임을 한일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올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과거 식민지지배를 공식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에 이은 새로운 담화를 하토야마 총리에게서 기대해 볼만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하토야마 총리의 퇴진으로 이런 기대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 내에는 과거사문제 등에 보수적인 의원이 적지 않지만 새 총리 물망에 오르는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등 민주당 지도부는 대부분 한일관계를 중시하고 과거사 청산 의지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총리 후보군에 들어있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장관 역시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 모임’ 회장을 맡아 한일관계 강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당내 반대 여론에도 불구, 오자와 간사장이 재일동포 참정권 부여에 적극적이었던 점이나 하토야마 총리의 개성적 면모 때문에 새로운 한일담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어서 향후 과거사 청산 등 한일관계 개선의 속도가 다소 느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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