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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피난… 은행으로 몰리는 부동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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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피난… 은행으로 몰리는 부동자금

입력
2010.06.0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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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을 맡겨도 세금 제하고 물가상승까지 감안하면 실질 이자수익은 거의 없다. 심지어 마이너스 수익률도 감수해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은행은 인기 상한가다. 시중자금이 끊임 없이 몰려든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나 북한 악재 등으로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두드러진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증시 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다.

요구불 예금 크게 늘어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774조5,64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9조1,044억원(2.5%)이 증가했다. 3월 10조8,811억원이 빠져나가고 4월에도 1조1,019억원이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급반등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명목 금리가'제로(0)'에 가까운 요구불 예금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요구불예금 수신액은 지난 한달간 10조608억원(6.0%)이나 급증했다. 요구불 예금의 월중 증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정기예금 역시 348조6,452억원으로 전월보다 11조2,226억원(3.3%) 증가하면서 올 들어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에 반해 은행들의 펀드 잔액(기업은행 제외)은 전달에 비해 1조3,325억원이 줄었다. 돈을 안전한 곳에 묻어두려는 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만큼이나 강해졌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남유럽발 위기와 천안함 사태 이후 불안해진 투자자들 사이에 일단 은행에 돈을 맡기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펀드를 환매한 자금도 다시 증시로 흘러가기 보다는 은행 단기 예금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쏠림 현상 언제까지

하지만 이런 시중자금의 은행 유입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아무리 안전 선호 심리가 번지고 있다지만, 지금의 낮은 금리로는 자금을 계속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2.89%.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을 감안할 때 세금을 제하고 나면 원금 외에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게다가 지금 은행에 몰리는 자금은 '단기 부동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언제든 좋은 투자처가 생기면 즉시 갈아탈 수 있도록 일시 대기하는 자금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은행권 예금이 늘어나고 있지만 1년 이상 장기 예금보다는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이나 3~6개월의 단기 정기예금 에 주로 몰리고 있다"며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대기자금이라고 봐야 된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향후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다. 하반기에 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면,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빨리 올린다면, 아무래도 증시나 부동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금의 단기예금이 1년 이상 정기예금으로 전환되고 신규 자금 유입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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