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매매 사건의 피해자인 미성년자를 조사하면서 범죄피해자 보호규정을 무시한 마구잡이 수사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과정에 피해자의 아버지를 성매수 남성으로 오인하는 등 허술한 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1일 경기 안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3월 A(16)양 등 2명을 절도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급생인 B양에게 성매매를 시킨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경기지역 중학교 동급생인 이들이 지난해 5월 가출, 안양과 수원 등을 전전하면서 A양 등이 B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했고,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행까지 저질렀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두 명의 남자 형사가 시골학교로 전학을 가 있는 B양을 직접 찾아가 피해자 진술을 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범죄피해자 보호 규정을 따르지 않은 수사였다.
2005년 일선 경찰서에 배포된 ‘범죄피해자 보호 매뉴얼’에 따르면 성폭력ㆍ성매매 피해여성 조사는 반드시 성폭력 전담조사관(가급적 여경)이 실시하고, 가족 또는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관계자와 함께 하게 돼 있다. 성폭력피해자보호법 역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사할 때 가족과 동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더욱 엄격하게 규정을 지켜야 했지만 피해자 보호는 경찰의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B양은 이 일(성매매 강요)을 겪은 뒤 후유증 치료를 위해 지난해 9월 전남의 한 시골학교로 전학 간 상태였다.
특히 경찰은 최근 B양과 C양의 휴대폰에 저장된 B양 아버지의 연락처를 보고 성매수자로 오인,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수사할 게 있으니까 경찰서에 출두하라”는 전화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양의 아버지는 “성매매를 강요당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만신창이가 된 딸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찢어지는 데 경찰이 친아버지를 성매수 혐의로 조사하겠다는 전화를 하고, 안정을 찾아가던 딸을 부모 허락도 없이 수사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성매매 상황을 물은 게 아니라 사건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의 조사였고 부모에게도 추후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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