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교통사고로 불안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 정신질환이 생겼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평소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인 A씨는 1994년 육군 운전병으로 입대해 성실히 부대생활에 적응해갔다. 하지만 이듬해 10월 상급부대에 대리 운전병으로 파견되면서 군 생활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파견 부대의 고참이 선배대우를 하지 않았다며 식탁의자를 집어 던지며 구타한 것. 이후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던 A씨는 넉 달 사이 두 번이나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후유증으로 불안증세를 보이던 A씨는 중얼거림 증상까지 나타나 군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전역 뒤 후유증이 계속되고 정신분열증마저 생기자 A씨는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서울지방보훈청은 군 복무로 얻은 질병이 아니라며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김행순 판사는 "A씨가 직무수행 중 질병을 얻은 점이 인정돼 국가 유공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김 판사는 "A씨가 다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고교시절부터 급우들의 구타로 대인기피증을 갖게 됐다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 없이 현역으로 입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성격을 모르는 타 부대의 병사가 A씨를 구타해 대인기피 증세가 전보다 심해졌고, 이런 상황에서 연이은 교통사고를 낸 A씨는 그 충격으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게 됐다"고 판단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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