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고뇌에 찬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허 감독은 2년 5개월간 90명이 넘는 선수를 테스트한 끝에 23인의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다. '허심'을 좌우한 4가지 키워드를 통해 남아공 월드컵 옥석 가리기의 과정을 돌이켜 본다.
① 안정환과 김남일
허 감독은 취임 후 줄곧 세대 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큰 무대를 앞두고 백전노장의 경험을 뿌리치지 못했다. 남아공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미진한 활약에 그친 안정환(다롄)과 김남일(톰 톰스크)을 최종 엔트리에 발탁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안정환은 '허정무호' 출범 후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3골을 터트린 관록에 힘입어 남아공행에 성공했다. 김남일의 경우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상무)가 월드컵 본선 경험이 없다는 것이 선택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② 이승렬과 김보경
이승렬(서울)과 김보경(오이타)은 일반의 예상을 깨고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세대 교체'에 대한 허 감독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승렬과 김보경은 패기를 앞세워 지난 1월 남아공과 스페인으로 이어진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2월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의 맹활약으로 허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특히 이승렬은 폭발적인 상승세로 이근호(이와타)를 제치고 최종 엔트리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③ 조용형과 이정수
터줏대감으로 인식된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자취를 감춘 반면 외인 사령탑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무명들의 약진이 이어졌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붙박이 중앙 수비수를 예약한 조용형(제주)과 이정수(가시와)가 대표적인 경우다. 조용형은 '허정무호'의 데뷔전이었던 2008년 1월 칠레와의 친선경기(0-1) 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래 줄곧 주전 수비수로 중용됐고, 이정수는 2008년 3월 북한과의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첫 A매치를 치렀다. 남아공에서 이청용(볼턴)의 백업으로 기용될 김재성(포항)도 2006년 K리그에 데뷔했지만 지난 1월 '허정무호'에 발탁될 때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다.
④염기훈과 김재성
허 감독의 용병술은 '팔색조 전법'으로 요약된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꾸준히 선수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전술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자연히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각광을 받았다.
살얼음 판 같던 공격수 경쟁에서 생존한 염기훈(수원)은 '허정무호'에서 왼쪽 날개와 중앙 공격수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김보경은 좌우 측면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다. 김재성은 대표팀에서 오른쪽 날개로 나서고 있지만 소속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된다. 중앙 수비수 이정수는 대표팀에서 종종 왼쪽 풀백으로 투입됐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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